[거래소 구조개편 논쟁 ③]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놓고 관련 업계 '동상이몽'

입력 2015-07-02 14:32  

[ 채선희 기자 ]

한국거래소가 수술대 위에 올랐다. 2005년 코스닥시장 합병 이후 10년 만의 재수술이다. '경쟁력 부재와 미래 발전을 위한 체질 개선'이 거래소에 내려진 정부의 종합 진단서다. 수술 집도는 금융위원회가 맡았고, 거래소 수장이 수간호사로 나섰다. 거래소 노동조합과 일부 직원들 그리고 증권·선물회사 등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거래소 지주회사 설립과기업공개(IPO), 코스닥 시장 분리 등을 둘러싼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10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안이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이해관계가 얽힌 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뜨거운 감자'인 코스닥시장 분리를 놓고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10년만에 다시 쪼개지는 거래소-코스닥

금융위원회는 2일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가칭 한국거래소지주 설립)하고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 형태의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코스닥시장을 중소·벤처 기업을 포함한 모든 성장형·기술형 기업들을 위한 또 하나의 '메인보드'로 육성하고 나아가 거래소와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코스닥은 지난 2005년 1월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와 합쳐져 한국거래소로 재탄생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을 거치며 벤처투자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독자생존이 어려워지자 통합된 것이다.

코스닥 분리 문제는 최근 벤처·중소기업들이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모험자본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불거졌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거래 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코넥스·파생상품·장외시장에 수술용 '메스'를 대기로 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특히 장외시장의 대표주자인 코넥스 시장의 경우 출범한 지 2년이 됐지만 질적 성장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상장사 개수가 2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21개사→81개사)하고 거래대금도 늘어나는 등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거래되지 않는 종목들이 많은데다 투자정보 등도 부족해 투자자 풀이 약하다는 의견이 지적된 것.

이에 금융위는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시 코스닥과 코넥스를 함께 코스닥 거래소로 이관하고 코스닥 거래소 내 '창업지원센터'를 설립, 크라우드 펀딩과 연계해 창업에서 상장까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벤처캐피탈업계 '환영'…"코스닥 정체성·독립성 확보 의지 보여"

코스닥 분리 방안이 확정되자 모험자본의 중심에 있는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간 벤처기업협회와 벤처캐피탈협회 등 벤처업계는 코스닥을 거래소로부터 완전 분리해 벤처생태계를 적극 맡璿瞞?한다고 주장해왔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주장했던 코스닥 시장의 완전 분리는 되지 못했지만 방향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코스닥의 독자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과도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00년대초 거품 붕괴로 인해 거래소와 통합됐던 상황과 지금은 달라졌다"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체질이 튼튼해졌고 국내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기업들이 나오면서 시가총액도 커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상장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이는 업계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가장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는 시장 활성화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코스닥시장 분리로 인해 상장에 활력을 제공하고 기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혁신형 기술기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상장을 유치해 '첨단 기술기업을 위한 시장'이라는 브랜드를 구축, 코스피 시장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자금공급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 육성 측면에서 본다면 코스닥 시장은 분리되는게 맞는 방향"이라며 "코스닥이 거래소 통합 후 심사 등의 측면이 까다로워진 탓에 많은 기업들이 기회를 잃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는 투자자의 몫"이라며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상장사 반응 '미적지근'…"좀 더 신중히 접근했어야"

다만 VC업계 외에 거래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들과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변화가 섣부른 감이 있다는 것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 상장 시 진입장벽이 높은 점은 현 제도를 보완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분리 방안부터 내놓은 점은 성급했다"며 "급하게 밀어부치는 만큼 부작용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이 성숙해지고 안정적으로 정착만 된다면 분리든 통합이든 상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코스닥이 통합되기 이전에 부작용이 있었던 만큼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해선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금융위는 코스닥 시장 분리를 포함한 거래소 활성화 방안이 금융투자업계에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코스닥 시장 내 상장사들도 반응이 긍정적이진 않다. 2000년대 초 투자 혹한기를 초래했던 벤처거품 대한 경계감이 여전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 상장사 임원은 "코스닥 분리 문제가 과연 긍정적인 효과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2000년대 초 경험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 활성화에 문제가 있다면 현 제도하에서도 운영상의 조정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미흡하다고 제도부터 뜯어 고치려는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다른 상장사 임원은 코스닥 시장 분리가 오히려 규제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질이 낮은 기업들의 진입이 용이해질 것"이라며 "이들을 규제하기 위해 또다른 제도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스닥 분리 방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코넥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코스닥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많아야 시장도 활성화 될 수 있는 것인데, 전 단계인 코넥스에서 제대로 조달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상장시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 공백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창구인 코넥스 시장에서 이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 돼야 거래소와도 경쟁력 있게 공존할 수 있는 것"이라며 "코스닥과 코넥스는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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