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한국기업] 아모레퍼시픽, 선제 구조조정으로 급성장

입력 2015-09-07 18:09  

생존 골든타임 지나간다

한국 기업 성공사례



[ 김태호 / 유창재 기자 ] 한국 기업들에도 선제적 구조조정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은 한결같이 빠르고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창업자의 용기와 임직원의 열정, 고통 분담 의지가 가능케 했던 구조조정이었다.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창업 100주년을 1년 앞둔 1995년 두산그룹은 내부적으로 선제적 사업재편 논의에 착수했다. 현재의 경영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새롭게 짜기 위해서였다. 두산은 ‘오래된 기업은 소비자의 접점이 많은 것보다 중후장대형 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부 방침을 세운 뒤 실행도 빨랐다. 1년 뒤 두산은 영등포 맥주공장 매각을 시작으로 기존 사업을 ‘닥치는 대로’ 팔기 시작했다.

1997년 합작법인인 한국 3M, 코닥, 네슬레 지분을 판 데 이어 1998년에는 주력 사업이던 두산음료, OB맥주 경영권까지 넘겼다.

두산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중공업 그룹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했다.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2007년에는 미국 잉거솔랜드사로부터 밥캣(건설장비 사업부문) 등 3개 사업부를 인수했다.

올해 초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10위에 진입한 아모레퍼시픽에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회사의 전신인 태평양은 1990년 초반 무리한 기업 확장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91년 태평양증권(현 SK증권) 매각을 시작으로 1995년에는 프로야구단 태평양 돌핀스, 1997년에는 태평양패션 등을 팔아치웠다. 24개였던 계열사는 외환위기에 접어들 당시 15개로 줄어 있었다.

한발 앞선 구조조정으로 외환위기 한파가 한창이던 1998년에도 태평양은 1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이렇게 확보한 실탄과 가벼워진 몸집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주력 사업에 집중해 세계적 수준의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과의 빅딜’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 다임러크라이슬러에 두 차례에 걸쳐 지분 10.5%를 매각하고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대자동차가 주목한 것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상용차 기술이었다. 2004년 두 회사는 합작 관계를 청산했지만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로부터 확보한 기술과 노하우는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다지는 데 밑거름이 됐다.

LG전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에 LG-LCD(현 LG디스플레이) 지분 50%를 16억달러에 매각했다. 당시까지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외자유치였다. 세계 TV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필립스는 LG의 경쟁 상대였다. 하지만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해 LCD패널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1995년 연매출 15억원에 불과했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5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김태호/유창재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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