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메카의 검은 돌

입력 2015-09-13 18:0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또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공사 현장의 크레인이 대사원(그랜드 모스크) 위로 무너지는 바람에 100여명이 죽고 20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금요 예배가 열리는 날인 데다 정기 성지순례인 하지(Hajj)를 열흘 앞두고 각국 무슬림이 몰려 피해가 더 컸다.

메카의 비극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2006년 360여명이 압사했고 2004년에도 2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0년엔 1426명이 희생되는 최악의 사고가 났다. 고민하던 사우디 정부는 220만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2년 전 확장 공사에 나섰다. 열흘 뒤 완공될 예정인 그 현장에서 이번 사고가 터졌다.

사우디 정부는 2013년 하지에 310만여명이 몰렸을 때도 출입구 확장 공사를 서둘렀다. 그때 사원 중앙에 있는 신전 ‘카바’에 손을 대거나 입맞추는 절차를 생략해도 된다며 순례객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이곳까지 온 순례객들이 카바를 눈앞에 두고 그냥 갈 리 없었다.

카바란 검은 천으로 덮은 커다란 입방체 모양의 석조 구조물을 말한다. ‘신성한 집’이나 ‘고대의 집’이라고도 부른다. 길이 12m, 폭 10m, 높이 15m 규모로 바닥에는 대리석이 깔려 있다. 3개의 나무기둥이 지붕을 지지하고 있다. 세계 무슬림이 올리는 예배의 방향과 순례의 목적지가 모두 카바다. 코란에서는 카바를 이브라힘(아브라함)과 그 아들 이스마일(이스마엘)이 지었다고 하나, 이슬람 이전부터 있던 이 지방의 성역(聖域)이었다고 한다.

이 구조물의 동남쪽 모서리 1.5m 높이에 검은 돌이 하나 박혀 있다. 이른바 성스러운 흑석(黑石), 카바의 검은 돌이다. 이슬람 전설에 의하면 하늘이 직접 내린 돌인데, 어디에 제단을 지을지 알려주기 위해 천국에서 떨어뜨린 것이라는 설과 운석의 일부라는 설이 전해져 온다. 순례자들은 이 돌 앞에 멈춰 입을 맞춘다. 접근하기 어려우면 주위를 일곱 번 돌면서 손으로 그곳을 가리킨다. 그만큼 귀한 성물이다.

이 거룩한 성소에서 죽은 순례객은 순교자(샤히드)가 될까. 코란은 성전(聖戰·지하드)에서 사망하거나 믿음을 위해 순교한 경우에 천국이 보장된다고 가르친다. 그 외의 방법은 확실하지 않다. 모두들 순례를 포함한 5대 의무를 충실히 지키면 천국에 갈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최근엔 메카 성지순례 중 죽으면 천국에 간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늙고 병든 사람들의 하지 순례가 늘어나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 믿음대로라면 이번 희생자들도 천국에 들어갔을 텐데…. 카바의 검은 돌은 답을 알고 있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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