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교수단지엔 '특별한 정원'이 있다

입력 2015-10-05 00:29  

<p>[나는서울시민이다=김영옥 마을기자] "어디 사세요?" "정릉 살아요." 외부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주저없이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답한다.</p>

<p>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정릉 때문에 마을 이름이 아이콘화 된 곳, 바로 정릉이다.</p>

<p>다른 곳에 있는 왕릉과 달리 정릉은 자연스럽게 마을 이름이 됐다. 마을 사람들에게 정릉은 그래서 더 친근하다.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정릉을 돌아보고, 마을 골목길을 걸으며 마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작정하고 모였다.</p>

▲ 정릉을 탐방하기 위해 모인 마을여행 참가자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9월11일 성북구 정릉 매표소 앞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정릉교수단지로 마을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마을여행은 마을공동체가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의 21개 마을에서 마을박람회 기간 중 각각 진행됐다.</p>

<p>마을의 역사를 알아보고 마을에 남아있는 역사문화적인 장소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마을을 돌아보며 마을 사람들이 살고있는 면면을 살펴보는 짧지만 의미있는 일정으로 신청자들이 많아 조기 마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p>

<p>이번 정릉교수단지 마을여행은 강희정 대표(도토리문화학교)의 해설로 진행됐다. 정릉교수단지 주민들과 '역사문화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을 함께 진행한 도토리문화학교는 그간 정릉교수단지의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를 주민들과 함께 진행해 왔다.</p>

<p>♦ 왕릉의 이름이 그대로 마을 이름이 되다</p>

▲ 정릉의 능침공간을 돌아보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마을여행의 첫 탐방 코스는 단연 조선왕릉 정릉이다. 조선왕조 오백년 동안 왕과 왕비의 무덤인 왕릉은 42기가 남아 있다. 40기는 남쪽에, 2기는 북쪽에 남아 있고 남쪽에 남은 40기는 모두 2009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p>

<p>서울 성북구에 있는 정릉(貞陵)은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이자 조선의 첫 번째 왕비였던 신덕왕후의 능으로, 조선의 왕릉 42기 중 첫 번째로 만들어졌다.</p>

<p>태조 이성계의 사랑을 듬뿍 받은 신덕왕후는 이성계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태조는 궐 가까운 중구 정동에 능을 만들고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한 원찰로 흥천사를 세웠다.</p>

<p>하지만 태종 9년에 능은 성북구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고 능의 석물로는 광통교를 돌다리로 짓는데 사용됐다. 능 앞에 있는 사각 장명등은 고려 양식을 계승한 가장 큰 장명등이라고 한다. 신덕왕후의 원찰인 흥천사도 이후(정조 시기)에 성북구로 옮겨졌다.</p>

▲ 정릉은 태조 이성계의 두번째 부인인 신덕왕후의 능이다. 고려 양식을 계승한 장명등은 크고 화려하다. 혼유석의 고석이 보통은 네개이나 두개인 것이 특이하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웠다는 원찰 흥천사(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정릉과 정릉의 정자각을 돌아보고 신도를 밟지않도록 조심하며 가는 참가자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정릉은 주택가와 바로 인접해 있어 다른 왕릉에 비해 사람들의 방문이 빈번한 편이다. 특히 정릉교수단지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근처 어린이집 어린이들의 현장학습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능 안의 수령 오래된 나무가 많은 숲은 마을 주민 모두에게 휴식의 장소가 되고 있다.</p>

▲ 정릉의 앞쪽은 재개발로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마을 사람들에게 친근한 정릉은 개발 바람으로 차츰 주변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정릉의 정면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어 조망이 불편할 정도였다.</p>

<p>유럽의 정원 건축가들이 조선의 왕릉을 신들의 정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탁 트인 공간이 일품이라 했다지만 정릉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은 이 같은 평가를 무색케 하고 있었다.</p>

<p>♦ 정릉 교수단지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아름다운 노력</p>

▲ 정릉 바로 앞에 있는 정사모 (정릉을 사랑하는 모임, 현 정릉마실) 사무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정사모 사무실에 모인 회원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책으로도 나온 정릉교수단지 마을 이야기(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1970년대 서울대학교 주택조합에서 문화재관리국(현재 문화재청)으로부터 토지를 불하받아 조성된 정릉 바로 옆 주택단지는 당시 대다수의 교수들이 이곳에 주택을 조성하면서 교수단지로 불리게 됐다.</p>

<p>조성될 당시 아름다운 정원을 소유한 단독 주택들이 현재까지 많이 남아 있는 정릉 교수단지는 2000년경부터 위기를 맞았다.</p>

<p>정릉 주변이 재개발 되면서 교수단지의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로 갈렸다.</p>

<p>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교수단지 옆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정릉 주변이 더 이상 개발로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릉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제작해 유네스코에 제출하는가 하면 주민모임 '정사모(정릉을 사랑하는 모임, 현 정릉마실)'를 만들고, 교수단지 개발을 반대하는 의미로 각자의 집 대문에 예쁜 화분들을 내걸기 시작했다.</p>

<p>이들의 노력으로 2011년 정릉교수단지 재개발은 부결됐다. 하지만 다시 점화될지 모를 재개발의 불씨를 진화하기 위해 주민들이 나섰다.</p>

<p>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인 마을사람들은 '마을의 역사문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도토리문화학교의 자문을 얻어 사료와 신문기사를 통한 마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료 조사를 진행했고, 마을에 오래 산 주민들의 구술을 통해 정릉의 이야기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p>

<p>정릉교수단지에 거주 중이며 정릉의 마지막 능참봉의 후손은 물론 교수단지가 조성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거주중인 90세 마을 주민, 선대에 교수단지에 정착해 2대째 살고 있는 주민, 결혼 후 교수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 등 교수단지 주민들이 들려주는 마을의 이야기들은 마을을 지켜내야 하는 이유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p>

▲ 구 보호수가 있던 자리, 지금은 작은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맞은편엔 어수정 자리도 있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마을의 제일 작은 교회(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마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조선왕릉 정릉과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한 원찰인 흥천사가 있었고 물맛이 좋아 임금님께도 진상됐다는 마을의 공동우물 어수정이 있었다.</p>

<p>어수정은 1970년대 초까지도 우물로 이용했다는 주민이 있을 정도로 물맛이 좋았다고 한다. 또한 마을에 남아 있는 미니교회 성심교회는 5~6명이 앉을 수 있는 방주 형태의 교회로 서울에서 가장 작은 교회였다.</p>

<p>마을을 지키고 있던 성북구 보호수는 관리 소홀로 고사해, 고사목을 잘라내고 그 곳에 작은 공원을 만들었다. 이 자리는 주민들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한 보호수를 관리 소홀로 잃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깃든 공간이기도 했다.</p>

<p>정릉교수단지 재개발은 마을의 역사가 있는 어수정도, 구보호수 자리도, 미니교회도, 구석구석 자리한 마을의 소박한 역사들도 사라지게 할 뿐이었다.</p>

<p>♦ 정릉교수단지 꽃길과 정원축제의 탄생
<2014년 서울, 꽃으로 피다> 대상 수상</p>

▲ 마을꽃길 가꾸기로 '서울, 꽃으로 피다' 경관가꾸기 사업에서 대상을 받았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마을 꽃길을 돌아보고 있는 주민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정릉교수단지 주택가 골목엔 이런 마을 꽃길이 많다(사진=김영옥 마을 기자)
<p>주민들은 솔선해서 대문에 예쁜 화분을 내다 걸고 폐목재를 잘라 주택 담장을 따라 미니 화단을 길게 만들기 시작했다.</p>

<p>꽃길을 만들면서 주민들은 자기 집 담장 밑 화단은 자신들이 가꾸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시작된 꽃길은 '정릉교수단지 꽃길'로 유명해졌다. 2014년 '서울, 꽃으로 피다' 경관조성 사업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p>

▲ 금낭화 뜨락(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정원 금낭화 뜨락(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정릉마실 김경숙 대표의 정원 '도도화'(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마을주민들이 마을여행 참가자들을 위해 직접 준비한 비빔밥(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도도화의 정원에서 참가자들은 발효차도 대접 받았다. 찻잔 속에도 예쁜 정원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주민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들이 정성껏 가꾼 자신의 집 정원들도 공개하는 축제를 기획했다.</p>

<p>지난해 10월과 올해 5월 정릉교수단지 정원축제가 열렸다. <정릉교수단지 정원축제-정원이 들려주는 소리>라는 테마로 작년엔 8집이, 올해엔 9집이 이틀동안 자신의 집 대문을 활짝 열고 자신들이 알뜰살뜰 가꾼 예쁜 정원으로 사람들을 초대했다.</p>

<p>문이 열린 집 정원엔 사진전과 지역 주민들이 그린 수채화가 전시됐다. 손수 수놓은 다양한 들꽃 자수 작품을 자신의 정원에서 전시한 주민도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출연하는 소박한 음악회도 열렸다.</p>

<p>교수단지 꽃길을 걷다보면 '쌈지 정원, 매화 향기, 금낭화 뜨락, 도도화, 몽당정원, 하모니가 있는 집, 행복한 뜰, 선이 머무는 집, 백세 며느리댁' 등 이름도 예쁜 문패가 달린 집들을 만날 수 있다.</p>

<p>이 문패가 걸린 집들은 지난 가을과 올 봄 자신의 정원을 활짝 열고 정원 축제에 참가한 집들이다. 이곳엔 여지없이 예쁜 화분이 대문에 걸려 있고 담장 밑엔 예쁜 꽃들이 활짝 핀 작은 화단이 길게 만들어져 있다.</p>

<p>이번 마을여행 참가자들을 위해 김경숙(정릉마실 대표)씨의 정원 '도도화' 와 송홍자씨의 정원 '금낭화 뜨락', 권계숙씨의 정원 '쌈지 정원' 등이 공개돼 참가자들을 행복하게 했다.</p>

<p>꽃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보며 참가자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김경숙씨가 가꾼 아름다운 정원 '도도화'의 목련나무 아래에서 주민들이 손수 준비한 비빔밥을 먹었던 기억은 참가자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p>

<p>주민들이 하나둘 대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서먹했던 주민들의 마음도 차츰 열리기 시작했다. 마을 꽃길을 합심해서 가꾸고, 주저없이 자신의 대문을 열고 낯선 이를 반기며 자신의 정원에 들어오기를 청하는 주민들이 축제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p>

<p>정릉교수단지는 주민들이 주도가 되어 마을이 갖고 있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마을공동체를 꾸리고, 자신들의 마을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면서 마을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곳이었다.</p>

<p>이번 정릉교수단지 마을㈖敾?마을 꽃길을 걸으며 스쳐 지나 갈 수도 있던 마을의 역사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마을의 의미있는 장소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p>

<p>♦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열리는 정릉교수단지 정원축제로의 초대</p>

▲ 쌈지정원 문패(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선이 머무는 집 정원 문패(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행복한 뜰 정원 문패(사진= 김영옥 마을기자)
▲ 매화향기 정원 문패(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주민들은 오는 10월 9일과 10일 양일간 정릉교수단지 정원축제를 한 번 더 연다.</p>

<p>이 축제가 열리는 동안 주민들은 대문을 활짝 열고 자신이 정성껏 가꾼 정원을 공개한다. 이번엔 열한 집이 참여한다. 각양각색의 특징이 있는 정원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p>

<p>각각의 정원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하모니카도 연주하고, 야생화 자수 작품과 도자기도 전시하고, 인디밴드도 초청해 놓았다고 한다.</p>

<p>"오늘 마을에서 받은 그 느낌 그대로를 주변 분들에게 알려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정원축제 때 꼭 한번 더 오세요. 그 땐 더 풍성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아마 정릉교수단지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걸요?"</p>

<p>미니정원 '도도화'의 주인 김경숙(정릉마실 대표)씨의 거부할 수 없는 초대에 마을여행 참가자들은 벌써부?축제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p>

<p>정릉교수단지 방문 및 정원축제 참가 문의 010-9093-58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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