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금리인상보다 두 배 이상 큰 악재 '브렉시트'

입력 2016-05-15 18:17  

브렉시트 확정땐 영국 경제 6% 위축
외형상 잔존하는 'B-EU'도 거론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영국 국민투표가 다음달 23일 시행된다. 브렉시트(Brexit)란 ‘Britain’과 ‘exit’의 합성어로 유럽통합(EU)에서 영국의 탈퇴를 의미한다. 일부 우려대로 브렉시트가 통과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권시장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보다 두 배 이상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통합은 자유사상가에 의해 ‘하나의 유럽 구상’이 처음 나온 20세기 초를 기점으로 한다면 110년, 이 구상이 처음 구체화된 1957년 로마조약을 기준으로 한다면 60년에 달하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유럽인의 피와 땀으로 어렵게 마련된 것이 유럽통합이다.

유럽통합은 두 가지 경로로 추진돼왔다. 하나는 회원국 수를 늘리는 ‘확대’ 단계로 초기 7개국에서 28개국(유로존은 11개국에서 19개국)으로 늘어났다. 다른 하나는 통합 단계를 끌어올리는 ‘심화’로 유로화로 상징되는 경제통합(EEU)에 이어 정치통합(EPU), 사회통합(ESU)까지 달성한다는 원대한 구상이었다.

하지만 유럽통합헌법에 대한 유로존 회원국의 동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주권 문제로 심화 단계가 먼저 난관에 부딪혔다. 오히려 EEU에 잠복된 불안요인인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퇴보한 느낌이다. 유럽통합 과정에서 영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가 통과된다면 ‘확대’ 단계도 커다란 시련이 예상된다.

다른 회원국 탈퇴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은 경기침체 속에서 난민문제, 테러 등이 겹치면서 유럽통합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유로존 탈퇴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가 동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분리독립 운동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바스크, 북부 이탈리아,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와 근접한 동부 등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고 분리독립 운동까지 일어난다면 유럽통합은 붕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 2030년까지 영국 경제가 6% 위축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구당 연간 4300파운드(약 702만원)의 손실을 가져다주는 커다란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번주(5월16~21일)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파장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지프 바이너 등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처럼 경제발전 단계가 비슷한 국가끼리 결합할 때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 효과보다 커 역내국과 역외국 모두에 이득이 된다. 통합에 가담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앞으로 유럽통합은 회원국의 현실적 제약요건을 고려해 새로운 방향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당면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브렉시트와 ‘B-EU(Britain+EU)’ 방안이다. B-EU는 외형상 영국을 EU에 잔존시키면서 난민, 테러 등에 대해선 자체적 해결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때 영국은 EU의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국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 브렉시트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B-EU가 선택된다면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과 같은 국수주의와 이기주의 움직임이 거센 회원국이 이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B-EU에 이어 ‘F-EU(France+EU)’까지 적용되면 유로존뿐만 아니라 EU 차원에서도 ‘이원적인 운용체계’가 공식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적인 운용체계는 유로화가 도입되기 이전에 운영된 ‘유럽조정메커니즘(ERM: European Realignment Mechanism)’과 원리가 같다. 독일 등 경제여건이 ‘좋은 회원국(good apples)’은 경제수렴 조건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그리스 등과 같이 ‘나쁜 회원국(bad apples)’은 느슨하게 운영됐다.

유로존의 기본 골격도 보완될 가능성이 높다. EEU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통화통합과 재정통합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주무부서로 유럽중앙은행(ECB)과 가칭 ‘유럽재정안정기구(EFSM: European Fiscal Stabilization Mechanism)’, 상징물로 유로화와 유로본드 간 ‘이원적 매트릭스’ 체제를 갖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이탈리아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극한 상황에서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던진 이 한마디가 훗날 높게 평가받으면서 ‘지동설’이 확고해졌다. 브렉시트 등으로 유럽통합의 앞날이 당장은 어두워 보이지만 그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새로운 통합의 싹을 투자자는 읽어야 나중에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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