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뱅크 '뱅크런' 금융시장 덮쳤다

입력 2016-09-30 17:55  

10개 헤지펀드 수십억달러 인출
글로벌 증시 일제히 급락

도이치뱅크주 폭락 한때 10유로 깨져
미국·아시아증시 동반 하락



[ 뉴욕=이심기 기자 ]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뱅크의 부실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헤지펀드들은 도이치뱅크에서 자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 여파로 미국 증시에 이어 일본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증시가 줄줄이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은 29일(현지시간) 밀레니엄파트너스와 AQR매니지먼트 등 10개 헤지펀드가 도이치뱅크에서 수십억달러를 빼가는 등 만일의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2008년 9월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투자은행의 파산 조짐을 감지한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자금을 인출한 것과 같은 일이 도이치뱅크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도이치뱅크 리스크라는 대형 악재에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1.07% 떨어졌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격적인 감산 합의에 따른 상승폭을 하루 만에 모두 반납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3.2% 오른 14.02까지 치솟았다. 30일 아시아 증시에서는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46%, 홍콩 항셍지수 1.86%, 한국 코스피지수가 1.21% 하락했다.

29일 뉴욕증시에서 도이치뱅크 주가는 6.67% 폭락하며 11.48달러까지 밀렸다. 30일 유럽 시장 개장 직후에는 8.9% 급락해 장중 주당 9.9유로까지 내려갔다. 이후 낙폭을 다소 줄여 거래를 이어갔다. 도이치뱅크의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 가격도 7% 급락했다.

올 들어 도이치뱅크 주가는 50% 이상 떨어졌다. 33년래 최저치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시가총액도 155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경영위기로 매각을 추진 중인 트위터(161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도이치뱅크는 이날 “파생상품 결제를 맡긴 200개 금융회사 대부분이 거래를 유지하면서 이탈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지펀드가 맡긴 330억유로는 도이치뱅크가 확보한 2230억유로의 유동성(지난 6월 말 기준)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지급결제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의 자본잠식 우려와 함께 지급결제 능력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29일 뉴욕증시에서 골드만삭스(2.7%), 씨티그룹(2.3%) 등 금융회사 주가도 도미노 하락세를 보였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외신에 “도이치뱅크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그는 도이치뱅크의 주식은 “분석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필요?(자본확충 등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시화될 때까지 시장은 도이치뱅크를 밀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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