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몸 사리는' 국민연금…대체투자 시장 당혹

입력 2017-02-23 18:30  

ADT캡스 리파이낸싱 투자건 부결

기업가치 30%이상 안 떨어지면 연 7% 수익 얻는 조건인데 불발
IB업계 "보신주의가 문제…좋은 투자건 있어도 제안 안할 것"



[ 유창재 / 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23일 오전 6시1분

국민연금이 지난 22일 열린 산하 대체투자위원회 회의에서 보안전문회사 ADT캡스 리파이낸싱(인수금융 차환) 투자 건을 부결시켰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 개발사업에 이어 이번 리파이낸싱 투자 건도 부결시키자 국내 대체투자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여파와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을 앞둔 핵심 운용역들의 연쇄 이탈로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운용 결정을 내려 시장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리파이낸싱, 왜 부결됐나

2014년 ADT캡스를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은 1500억원이던 후순위 대출을 4800억원으로 증액하는 리파이낸싱에 최근 나섰다. 작년 한 차례 매각 시도가 불발하자 대출 규모를 늘리는 자본재조정(리캡)을 통해 일부 투자 회수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2000억원을 책임지는 방안을 추진했다. 후순위 대출의 만기는 3년, 금리는 연 7.24%였다. 하지만 대체투자위는 이 안건을 부결시켰다. 투자 건이 승인되려면 참석 위원 7명 중 5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ADT캡스의 기업 가치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500억원에 10배를 곱한 수치다. 동종업체 상장사인 에스원의 기업 가치가 EBITDA 10배 수준이다. 이번 후순위 대출 증액으로 ADT캡스의 전체 대출 규모는 1조7800억원으로 늘어난다.

기업 가치가 3년 안에 30% 이상 하락하면 후순위 대출자는 원금 손실을 본다. 대체투자위에 참석한 일부 위원은 지난해 발생한 한 케이블TV업체 채무재조정 사례와 같은 위험성을 언급하며 투자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엔 투자 건 안 가져간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ADT캡스를 작년 채무재조정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케이블TV업계와 달리 보안업계는 에스원, ADT캡스, KT텔레캅 등 상위 3개사가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진입장벽도 높아 3년 안에 기업 가치가 30% 하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럼에도 대체투자위가 투자안을 부결시킨 것은 경제적 논리보다는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보신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당시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기금운용본부장과 실장들이 줄줄이 특검에 불려가자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것 같은 투자 결정은 내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여의도 파크원 개발사업 투자 건도 대체투자위 일부 위원이 ‘종교 리스크’를 들어 부결시켰다.

실무자들은 앞으로 좋은 투자 기회를 검토조차 하지 못할 수 있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투자안이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대체투자위에서 부결되는 사례가 반복되다 보니 좋은 투자 건이 있어도 국민연금에는 들고 가지 않겠다는 증권사나 운용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프랑스 니스공항 지분 공동 투자 건과 미래에셋대우의 항공기 펀드 투자 건도 대체투자위에서 부결시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는 기본적으로 기금 운용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여서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건 불가피하다”며 “ADT캡스 리파이낸싱 정도의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할 수 있는 투자가 없다”고 말했다.

유창재/이동훈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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