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나무 괴사시키는 '역병' 미생물로 막는다

입력 2017-07-23 19:49  

미국 STRI 연구진

건강한 카카오나무의 미생물
어린 묘목에 노출 시켰더니 역병 걸릴 확률 절반으로 낮춰



[ 박근태 기자 ] 2015년 카카오 원두 생산국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수확이 줄면서 당시 원두 가격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지금은 카카오 원두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나무 전염병이 확산되면 원두 가격이 언제 다시 급등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열대나무 역병으로 불리는 ‘파이토프토라 팔미보라’는 초콜릿과 코코아의 원료인 카카오 원두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마다 이 나무병 때문에 세계 카카오 원두 생산량의 10~20%가 줄어든다.

파나마 열대숲에서 활동하는 미국 과학자들이 초콜릿과 코코아의 주 원료인 카카오 원두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대안을 찾는 데 성공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열대연구센터(STRI) 연구진은 카카오나무 묘목을 건강한 어른 나무에서 가져온 미생물에 노출한 결과 파이토프토라 팔미보라에 감염될 확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국제학술지 ‘로열소사이어티B’에 발표했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엄마가 가진 세균과 곰팡이 등 각종 미생물을 얻게 된다. 이 미생물이 아기의 면역시스템을 강화하고 몸을 더 튼튼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나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해왔지만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과학자들은 최근까지도 친척 관계의 나무들은 서로 나쁜 병을 퍼뜨리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12개국 연구자 50명은 열대 숲에서 생물다양성이 높은 이유가 같은 종의 나무가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친척 관계 나무끼리 병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 역설적이게도 다른 종의 나무가 살 만한 공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부모 나무가 자식 나무에게 좋은 미생물을 공급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 규명됐다. 연구진은 카카오 묘목 한 그룹을 건강한 카카오 나무에서 떼어낸 나뭇잎이 들어 있는 통에, 또 다른 그룹은 숲에서 따온 여러 종의 나뭇잎이 들어 있는 통에, 나머지는 아무 나뭇잎도 넣지 않은 통에 옮겨 심었다. 그리고 식물 파괴자로 부르는 파이토프토라 팔미보라에 노출시켰다.

분석 결과 건강한 카카오 나뭇잎에 노출된 묘목은 눈에 띌 정도로 피해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숲에서 가져온 다양한 나뭇잎이 들어 있는 통에서 자란 묘목보다 피해가 절반 미만이었다. 연구진은 건강한 카카오나무에서 발견되는 ‘콜레토트리쿰 트로피칼레’균이 다른 미생물을 몰아내고 병원균 감염을 막아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는 심각한 나무 전염병에 시달리는 카카오 나무 재배 종사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강한 카카오나무에 둘러싸여 자라게 하는 것만으로 묘목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국 인디애나대의 내털리 크리스천 연구원은 “엄마의 면역력이 자식에게 전달되는 사람처럼 식물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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