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만원짜리 사과가 열린다" 홍로 처음 재배한 장수군 사과 명인의 비법

입력 2017-10-12 16:02   수정 2017-10-12 16:31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3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전북 장수군. 버스터미널을 나서자마자 장수가 사과의 고장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들판에는 풀과 나무로 사과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장수군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과 산지 중 하나다. 사과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데 장수군은 고도가 높아 평지에 비해 평균 기온이 4도 가량 낮다. 고랭지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란 얘기다. 장수에서 자라는 사과는 대부분 홍로 품종이다. 홍로는 알이 굵고 선명한 빨간색으로 유명하다. 추석 때 집중적으로 출하돼 차례상에 오르고 선물용으로 판매된다.

국내 사과 생산량 중 홍로 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량인데 장수 지역의 홍로 재배 비중은 65%를 넘는다. 전국 홍로 생산량의 50%를 담당했던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장수사과라고 하면 홍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일반적인 사과 산지에선 늦가을 출하되는 후지 품종을 주로 재배한다. 후지 품종의 전국 사과시장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그러나 30년전만에도 장수는 사과 주산지도 아니었고 홍로 사과도 없었다. 1987년 홍로 품종의 사과를 접한 후 이곳에 과수원을 조성한 김재홍 홍로원 대표(61)가 아니었다면 ‘장수 홍로’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장수군 두산리에 있는 홍로원 과수원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홍로에 첫눈에 반해 여기까지왔다”고 했다. 그가 홍로에 빠지고 장수를 사과 특산지로 키워낸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로를 처음 본 명인 “완전히 반했어요”

홍로 품종은 1987년 농촌진흥청이 추석 사과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품종이다. 홍로는 사과 중에서도 알이 굵고 색이 선명한 빨간색을 띤다. 선물이나 차례상에 사용할 때 보기에 좋은 사과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개발됐다. 상온에 보관해도 다른 사과보다는 좀 더 오래 신선함을 유지한다고 한다. 당시 농림개발연구소에 다니다가 직접 과수원을 차린 김 대표는 추석용 사과로 일본 품종인 세계1, 홍월, 북두, 히로사키 등을 재배하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열심히 사과를 키웠어요. 그런데 품종에서 느끼는 한계라고 할까, 일본 품종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다가 홍로를 봤어요. 내가 그 순간 완전히 반해 버렸다니까. 색깔 크기 출하시기 등을 봤을 때 내가 생각한 최적의 사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대표는 바로 홍로 연구에 들어했다. 당시에 홍로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기술은 없었다. 기존 재배법대로 홍로를 키우면 농진청 연구소에서 밝힌 품질이 나오지 않았고 탄저병 등 병충해에도 취약했다. 김 대표는 우선 병충해를 막기 위해 산지부터 물색했다. 병충해가 주로 고온 지역에서 온다는 것을 파악한 뒤 서늘한 곳을 찾았다. 그렇게 정한 곳이 전북 장수군이다. 장수는 가장 낮은 지역의 해발 고도가 400m에 이른다. 서울의 남산(265m)보다 높다. 김 대표는 장수읍 두산리에 과수원을 세웠다. 이름은 홍로원이라고 지었다. “홍로를 재배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그만큼 홍로에 대한 기대가 컸죠.”

홍로 재배법도 정립했다. 사과를 솎아 내는 노하우와 가지치기 방법을 새롭게 고안했다. 다른 사과나무에 비해 꽃을 더 많이 솎아 줘야 하는 홍로의 특성에 맞게 사과나무의 키를 작게 만드는 품종으로 개량도 했다. 그는 결국 상업성이 있는 홍로를 전국에서 최초로 재배한 사람이 됐다.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

김 대표의 사과나무에서는 일반 나무보다 사과가 적게 달린다. 10a(300평)당 생산량은 약 3t 정도로 평균치인 4.5t에 못 미친다. 김 대표는 이를 특등품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생산량이 적은 것은 그만큼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는 봄~여름에 솎아내기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잘 자랄 것 같은 열매는 두고, 모양이나 크기가 좀 떨어지는 것은 과감히 따버리는 거죠. 그러면 남은 열매에 영양분이 집중되면서 한 개당 크기가 커지는 거여.”

실제 김 대표의 홍로사과는 일반 농가에 비해 크기가 큰 사과인 대과 비중이 3배 가량 높다. 추석 선물용으로는 크기가 클수록 높은 값을 받는데 김 대표의 사과는 다른 대과들보다도 10% 가량 더 비싸다. 김 대표를 소개하는 농촌진흥청 책자의 제목이 “홍로원 사과나무엔 만원 짜리 돈이 열린다”인 이유도 그가 값을 높게 쳐주는 사과를 재배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김 대표의 사과만 가져다가 ‘슈퍼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기도 했다.


◆노하우는 나눌수록 커진다

김 대표가 홍로 재배에 성공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장수 지역에 과수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장수 지역의 농업인들이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외부인들도 장수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김 대표처럼 재배에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어놓고 키우니까 크긴 하는데 품질은 영 안나오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김 대표는 사과 작목반을 조직하고 직접 농민들을 이끌면서 교육을 했다. 열매를 솎아내는 노하우부터 수확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 등을 가르쳐줬다. “노하우를 다 공개했죠. 그거 나만 갖고 있어서 뭐 하겄어. 신기술이라고 해봤자 혼자만 갖고 있으면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거여. 내가 40년 농사 지으면서 그렇게 혼자 지식을 독점하려고 하는 사람 중에 3년을 간 사람 거의 못 봤당게. 내가 가진 기술을 공개하면 다른 사람도 자신이 해봤던 것 중에 잘된 것을 나한테 또 알려 주죠. 그러면 지식은 계속 쌓이는 거지.”

김 대표는 지금도 귀농인 등 사과농민을 대상으로 1년 짜리 교육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1~2회 홍로원에 모여 사과를 함께 키우며 지식을 공유한다. 전북대 원예학과 학생들도 지도하고 있다. 전국사과협회연합회 회장을 맡아 회원들을 위한 특강도 진행한다. “지금도 농민들이 사과나무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 바로바로 나한테 보낸다고. 그러면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책을 알려주죠. 잘 모르는 게 있으면 또 우리 교육생들과 함께 연구하고 상의하고. 머리를 맞대면 답이 나오게 돼 있어. 그러지 않을랑가.”

김 대표는 매년 두 번씩 일본을 방문한다. 농가들과 나눌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다. “일본과 유럽을 다녀보니까 한국 실정과 잘 맞는 것은 일본이더라고. 유럽은 작은 사과를 많이 재배하는 방식인데 일본은 한국처럼 큰 사과를 좋아해요. 나는 특히 일본의 아오모리 사과 품질을 최고로 쳐. 작년에도 다녀와서 나무 키우는 기술을 배웠어. 1만 평 짜리 과수원에 나무를 다 뽑아내고 다시 심었지.”

◆새로운 도전 ‘아리수’

김 대표에게 홍로 사과의 장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색깔과 크기 등 장점을 잠시 이야기하더니 홍로의 단점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털어놨다. “홍로는 크기는 보기 좋게 커지지만 모양은 약간 울퉁불퉁해. 그리고 맛으로 치면 사과 특유의 신맛은 좀 덜한 대신 단맛이 강하지. 아삭한 식감도 떨어지는 편이야.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탄저병에 취약하다는 게 늘 고민이고.”


그러면서 그는 홍로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과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최근 개발된 ‘아리수’ 품종이다. “아리수는 수확시기가 홍로와 비슷하면서 홍로의 약점을 거의 다 보완한 품종이더라고. 아삭한 식감, 과즙과 산미, 모양과 색깔 모두 좋아. 병에도 강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작년에 1300주를 심었어요. 일단 실험을 해보는 거여.”

홍로를 처음 봤을 때만큼 반했는지 묻자, 그는 “크기가 관건”이라고 답했다. 추석 소비자들이 원하는 큰 사과가 재배될 수 있을지가 아직 미지수라는 것. “새로운 품종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이여. 홍로를 처음 재배해서 농가를 선도하고 홍로사과를 추석 사과의 대명사로 만든 것처럼 아리수도 제대로 한번 재배해보고 싶어요. 도전은 좋은 것잉게. 하하.”

장수=FARM 강진규 기자

전문은 ☞ blog.naver.com/nong-up/221100167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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