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는 안 된다

입력 2018-03-27 17:37  

토지에 대한 재산권 제한하는 토지공개념
국가권력 팽창으로 정치과잉 폐해 심해질 것
시장에 대한 간섭 조항 제거가 올바른 방향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지난 26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는 전반적으로 국가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국가 개입을 줄일수록 국가가 번영하고 부강해진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는 현행 헌법에 들어 있는 시장에 대한 국가 간섭 조항들을 제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데 그와는 달리 국가 개입을 더 강화하는 것은 국가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며, 이것이 통과될 경우 대한민국은 번영과는 정반대 길을 걸을 것이다.

특히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것은 문제다. 이것은 국가의 존립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왜 개인의 사유재산권이 중요한지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토지에 대한 재산권을 제한하려는 이유로 토지는 인간이 창출한 것이 아니고 부존량이 유한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 활동과 주거 생활의 기반이 되는 토지 이용을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 소유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을 든다. 물론 지구 전체나 국토 면적 전체를 놓고 본다면 토지는 인간이 창출한 것이 아니고 부존량이 유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원의 부존량이 유한한지가 아니라 자원이 인간이 쓸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하는지 여부다. 자원은 인간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된다. 석유 역시 인간이 창출하지 않은 것이며 부존량 또한 유한한 자원이다. 그러나 인간이 쓸 수 있게 되면서 가치를 갖게 되고 석유 공급이 증가해왔다. 석유 가격 상승과 탐사기술 발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석유 매장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토지도 마찬가지다. 쓸모없던 토지도 도로가 개설되거나 철도가 들어가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토지로 바뀌고 가치를 갖게 된다. 비록 전체로서의 토지 부존량은 제한돼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이 필요로 하는 토지 공급은 투자를 통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토지의 유한성은 오히려 사유재산권의 필요성을 더욱 높인다.

사유재산권이란 특정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것으로 인해 초래되는 결과를 어떻게 배분하는가를 결정하는 권리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대부분 거래를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규칙으로서 재산권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시장과 경제 전체의 상황이 달라진다. 만약 재산권이 약하거나 잘 보장돼 있지 않으면 재화와 자원 가격이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 희소한 재화와 자원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알 수 없어 자원이 낭비된다. 토지와 같은 유한한 자원일수록 더욱 절약해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토지에 대한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토지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토지를 이용한 생산활동이 감소한다.

이런 점에서 토지소유권을 제한하는 토지공개념은 우리 경제를 허약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 개헌안이 통과되면 토지공개념 하에 1990년대 초에 시행됐다가 위헌 판정을 받았던 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토지공개념에 따른 국가권력의 팽창이다. 국가권력의 팽창은 곧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과 관리들의 권한이 더욱 커짐을 의미한다. 정치인과 관리들의 권한이 커지면 국민은 이들로부터 호혜적인 시혜를 받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탈법 행위, 뇌물 공여 등 부정부패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국민의 삶이 상당 부분 이들에게 종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 과잉은 더욱더 심해지고 자신의 노력에 의해 삶을 꾸려가기보다는 특혜를 받아 살아가려고 하는 경향이 커져 그야말로 우리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으로 황폐해져 갈 것이다.

헌법은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원칙을 정하는 규범이다. 헌법이 잘못되면 잘못된 입법과 정부 정책이 취해지고 그로 인해 국가는 쇠퇴하게 되고 국민의 생활은 피폐해진다. 토지공개념은 잘못된 것이다. 이를 헌법에 넣는다면 우리 사회에 심각한 폐해를 끼칠 것이다.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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