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상권 유망하다고?"…그렇게 투자하다 망합니다

입력 2018-04-01 07:00  

경제적 자유(7)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상가 유효수요와 동선 고려한 투자 해야
비인기 지역이라도 '1급 입지'는 안정적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상권이 살아난다’, ‘광역상권이 유망하다’. 이런 잘못된 투자 격언을 믿고 투자하지 마세요. ‘폭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지난 31일 만난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사진)는 상가 전문가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상가 투자 원칙 중에는 잘못된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OO상권’ 식으로 묶인 상권의 경쟁력에 대한 과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역별로 면밀히 따져보면 같은 지역 안에서도 상가의 등급이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이 같은 도발적인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기존 격언들이 잘못됐다는 점을 피부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상가 입지 분석은 김 대표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GS리테일과 홈플러스, 위메프 등 유통기업에서 입지 조사와 신규점포 개발을 담당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카페 등 그가 출점한 점포가 전국 도처에 깔려 있다. 실적을 초과달성하면서 우수사원상을 세 차례나 받았지만 7년 전 직장을 미련 없이 그만뒀다. 자신의 분석법으로 투자해 이미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강의는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게 특징이다. 그에게 따로 자문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있을 정도다.

그가 강연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짜 상가분석이 너무 많더라고요. 틀렸다고 일일이 지적하느니 차라리 그냥 제가 강의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유효수요와 동선만 분석한다면 망한 상권에서도 잘 되는 ‘목’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새 대출규제가 시행된 데다 금리인상도 불가피하다. 상가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하나.

“시장 여건이 어려워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상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가는 개별성이 강해 같은 지역 안에서도 입지마다 선별적으로 움직인다. 초보 투자자이고 투자금이 많지 않을수록 소문난 우량상권 혹은 그 근처부터 찾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러다 망한다. 중요한 건 상권이 아나라 개별점포의 입지다. 그리고 수익률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강남역 앞보다 안정적인 상가를 운영할 수도 있다. 상권과 상관없이 위치상 1급지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

▶1급지를 어떻게 찾나.

“우선 상권의 배후수요를 파악한 뒤 각 지점별 유효수요와 주동선을 확인해야 한다. 지도를 펼쳐놓고 동선을 살피면 답이 나온다. 먼저 상권을 먹여살릴 유효수요가 있는지 확인한 뒤 있다면 그들이 주로 다니는 길 즉 주동선을 파악하라는 얘기다. 전형적인 항아리상권인 평촌 범계역 로데오거리를 예로 들어보자.


잘나가는 상권이라는 범계에서도 좋은 곳과 나쁜 곳이 나뉜다. 동쪽 대로변 상가는 얼핏 번듯해 보이지만 넘어오는 수요가 우체국밖에 없다. 남동쪽 A지점의 경우 우성3단지 아파트가 유효수요 같겠지만 출입구의 방향을 잘 봐야 한다. 입주민들은 봄빛병원 방면으로 나와 지하철역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동선이다. 북측 상가도 마찬가지다. 전철역으로 향하는 동선상에 놓여 있는 B지점과 그렇지 않은 C지점의 차이가 크다. 이처럼 같은 지역이라도 권역을 나름대로 나눠 판단해야 한다. 좋은 곳을 찾기 힘들다면 나쁜 곳을 솎아내면 된다.”

▶지도로 보니 이해하기 쉽다.

“지도로 다시 보면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다. 한 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주출입구가 있기 때문에 지도만으로도 동선을 분석하기 쉽다. 물론 쪽문 등도 잘 살펴봐야 한다. 유효수요가 부족하더라도 대로변이라면 일단 세입자는 맞춰진다. 그들이 보기엔 잘 될 것 같은 위치여서다. 하지만 결국 장사가 안 돼 세입자가 바뀌기 일쑤고 건물주 수익도 안정적이기 힘들다.”

▶소액 투자도 가능한가.

“비인기 지역의 1급 입지를 노려야 한다. 이들 지역은 상가가 경매로 나와도 사람들이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락자금은 대출비율이 80% 내외로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를 해볼 만하다.


강남역과 비교했던 독산동을 살펴보자. 화려하지 않지만 저렴하게 매입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위치들이 있다. 이를테면 비인기 지역의 1급 입지다. 가로구역 안쪽 이면도로가 교차하는 상가다. 차와 보행자가 함께 지나는 작은 도로지만 A지점처럼 교차로 형태이고 대로변과 이어진다면 일대 주민들이 반드시 지날 수밖에 없는 동선에 놓인다. 당연히 편의점이 들어오는 위치다. 현직 때도 이 같은 원리로 점포를 개발했다. 주민들의 꾸준한 소비가 이뤄져 세입자가 잘 바뀌지 않고, 바뀐다 하더라도 망해서 나가는 경우가 드물다. B지점의 경우에도 같은 이면도로 사거리지만 좌우가 막혀 있기 때문에 유효수요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입지분석이 힘들다면 유명 프랜차이즈 점포 주변을 선택하면 되나.

“정 모르겠다면 참고할 수 있겠지만 무턱대고 좇기엔 위험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가 입점하는 자리엔 복잡한 이유가 숨어 있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동탄2신도시에 흥미로운 상가가 있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A지점과 B지점이 마주보고 있다. 배후수요가 많은 B지점의 유효수요가 큰 편인데 배스킨라빈스와 다이소는 A지점에 입점했다. 왜일까? 어디에 있든 소비자들이 찾아갈 수밖에 없을 만큼 개성이 뚜렷한 업종이어서 그렇다. 초저가 할인매장과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한 지역에서 두 곳 이상의 매장을 보기 힘들다. B지점의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A지점에 입점한 것뿐이다. 이를 보고 A지점의 경쟁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오독(誤讀)해 좇아 들어갔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스타벅스라면 반드시 B지점에 점포를 연다. 커피전문점은 소비자가 선택할 대안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우량입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 효과’란 말처럼 프랜차이즈가 상권의 가치를 높이는 경우도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상권의 개념이 아니라 개별 입지로 봐야 한다. 입지의 가치는 불변이다. 상가 투자자들의 허황된 꿈 가운데 하나가 유망 프랜차이즈를 입점시켜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런 프랜차이즈는 처음부터 1급 입지만 찾아 들어간다. 3급 입지에 투자했다면 그 같은 꿈은 접는 게 낫다. 간혹 입지가 안 좋더라도 세입자의 장사가 잘 돼 상가의 가치를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맛집 등으로 유명해진 경우다. 그런데 해당 세입자가 바뀐다면? 게임 오버다.”

▶상가격언 중 틀린 건 또 어떤 게 있나.

“상가 투자의 정석으로 굳어진 격언들은 대부분 의심해봐야 한다. 남향 상가는 볕이 오래 들어 안 좋다거나 경사로에 들어선 상가는 장사가 안 된다는 격언 아닌 격언들은 모두 끼워 맞춘 이야기다. 유효수요의 동선에 위치하지 않았을 뿐이다. 쇼핑몰이나 대형마트는 주변 상가의 구매력을 빨아들인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인접한 상가보다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로 이동해 소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길목의 작은 슈퍼 같은 소매점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생수 한두 병을 살 사람이 마트로 가진 않기 때문이다. 명제를 갖고 투자해선 안 된다.”

▶신도시 상가엔 투자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일반적이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하남 미사지구를 보자. 지하철 5호선 계통 예정지를 중심으로 상가가 들어서 있다. 대개 중심상가는 유흥상권인데 직장인 유효수요가 많아야 유지된다. 하지만 미사는 지역 내 직장 수요가 많지 않아 중심상가가 활발해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게 자명하다.


반면 근린상가를 보면 뒤편으로 아파트 단지가 많다. 여기서 입지를 가려내야 한다. A, B지점의 배후 수요는 위쪽 아파트 단지다. 위쪽 아파트 입주민들의 경우 상가를 이용하려면 ‘미사강변스타힐스’ 단지를 관통해 후문으로 나오는 게 가장 짧은 동선이다. 이들이 슈퍼나 빵집, 학원을 이용하려면 어디가 가장 가깝고 편할까. 답은 뻔하다. B지점이다. 일반 전문가들은 위쪽 아파트를 예로 들면서 A, B지점의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위쪽 아파트 주민의 접근성이 어디가 좋을까. 유효수요뿐 아니라 동선이 중요한 이유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없나.

“많지 왜 없겠나. 대안을 선택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보유 자금에 맞춰서 투자하는 건 ‘폭망’으로 가는 특급열차를 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동선상의 상가가 비싸다고 자금에 맞춰 주동선에서 비켜나 있는 상가를 사면 안된다. 차라리 2, 3 등 상권의 1등 입지를 찾아야 한다.

분양상가의 경우 분양사무실에서 말하는 확정수익률을 절대 믿어선 안 된다. 주변 월 임대료가 어느 정도 수준이니 앞으로 얼마까지 가능하다는 식의 주먹구구 수익률은 상가 성숙기되고 나서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익률인 경우가 많다.

테마 상가도 속지 말자. 예쁘게 짓기만 한 건물들 말이다. 주거용이라면 번듯한 건물의 부동산 가치가 오를 수 있다. 상업용 건물은 어차피 인테리어를 다시 해야 한다. 시행사들은 테마 상가를 만들면서 멀리서도 찾아오는 복합몰이 될 거라 광고하지만 그건 백화점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1000실도 안 되는 오피스텔에 상가만 200개 점포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걸 사면 망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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