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I 업체 분리·해체가 능사 아니다

입력 2018-06-25 19:36  

"그룹 SI사는 경영 핵심자산 관리
외주 주면 기능적으로 효율 떨어져
내부거래 비중 줄이되 분리는 안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최근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 총수 일가에 비주력·비상장사 보유 주식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대기업의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계열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위주의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정리)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분 매각을)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사익 편취, 부당 지원 혐의가 짙은 기업부터 공정위 조사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부거래 차단이 목적이라지만 위원장의 발언은 본인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초법적인 것이어서 놀랍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그룹 내 주력과 비주력을 공정위가 판단하는 것도 난센스다. 특히 기업의 중요 정보를 다루는 SI업체가 문제다. SI업체는 시스템 개발, 유지보수, 정보기술(IT) 컨설팅 등의 업무를 주로 한다. 기업의 업무가 복잡하고 방대해지면서 시스템 통합관리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스템은 기업의 혈관이다. 혈액공급이 원활치 않으면 조직은 괴사한다. 위원장은 “선진국도 그룹마다 SI업체를 별도로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대부분 IT 컨설팅 업체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국에선 삼성SDS, LG CNS, SK C&C 등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세계 최대의 IT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는 작년 한국에서 철수했고, 국내 SI기업인 메타넷이 한국법인을 인수했다. 한국보다 기술이 발전한 일본에서도 액센츄어는 경쟁력을 유지하며 영업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은 SI 분야에서 강하다. 이 산업을 규제하면 외국 SI업체에 시장을 내 줘야 한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삼성SDS 17.01%, LG CNS 1.4%, 한화 S&C 14.5%, 현대 오토에버 19.47%로 어느 경우도 20%를 넘지 않아 공정거래법 규정을 어기는 지분 보유는 없다. SK C&C는 30.88%지만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핵심 계열사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해 오던 SI 계열사를 해체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잘하는 분야는 키워야 한다는 명제와 정반대다. 지난 정부에서는 SI 분야는 그룹 내부거래를 묻지 않기로 했었다. IT서비스업의 특성은 효율성, 보안성, 기술력이 생명이다. 공정거래법은 계열사 간 거래 목적이 효율성 증대와 보안성, 긴급성에 해당될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하고 있다.

효율성 면에서,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그룹 내 각 회사가 관리한다면 개별 기업마다 전문성에 차이가 있어 효과적인 운영이 어렵다. 외주를 주면 업무 프로세스와 기존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업체가 작업을 맡게 돼 비용과 기능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안성 측면을 보자. 각 그룹의 SI업체는 인사·재무·기술 등 기업 경영의 핵심 자산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 관련 정보까지 모두 시스템 상에서 관리한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개발·관리 등 기업 핵심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외부에 맡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룹 내 기술력 차이를 줄이고 장애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도 내부에 시스템 구축을 맡겨야 한다. 그룹 내의 인력이 집결해야 기술효용성도 높아진다. 회사마다 IT업무 담당자의 인적 구성에 따라 기술력이 고르지 못하면 통합적 운영에 장애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SI 업무는 데이터 센터를 포함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축적된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다.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최상의 IT 환경을 만들어도 시원찮을 이때 공정위는 거꾸로 갈 것을 주문하고 있지 않은가? SI업체의 내부거래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SI업체는 외부 신산업을 발굴해 내부거래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계열분리는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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