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황하나 왜 입건 안했나' 변명 들어보니 "일이 너무 바빠서"

입력 2019-04-04 00:05  



경찰은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31) 씨의 2015년 마약 투약 혐의가 드러났을 때 불구속 입건하고 한 차례도 소환조사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집회가 많아서 바빠서 그랬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관련 수사기록을 분석한 결과 경찰이 불구속 입건된 7명 중 2명만 직접 불러 조사하고 황씨 등 나머지는 조사하지 않은 채 송치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3일 밝혔다.

당시 황씨 등의 조사를 맡은 경찰 수사관은 "2015년 민주노총이 주도한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 통제 때문에 바빠 조사가 뒤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황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관한 수사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고자 내사에 착수했다.

2015년 10월 서울종로경찰서는 조 모(31)씨를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구속하고 같은 해 11월 황씨 등 7명을 공범 등으로 입건했다. 조씨는 2016년 1월 징역 2년6개월(집행유예 3년) 선고를 받았다. 경찰은 황씨에 대해서는 시간을 끌다가 2017년 6월에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했다. 곧이어 서울중앙지검은 경찰 의견과 동일하게 ‘혐의 없음’(무혐의) 처분했다.

문제는 조씨의 판결문에 적힌 황씨의 마약 공급책 역할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는 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5년 9월 중순경 강남 모처에서 황씨가 조씨에게 필로폰 0.5g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건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씨는 황씨가 지정한 마약 공급책 명의의 계좌에 30만원을 송금했다. 황씨가 구입한 필로폰을 3차례 걸쳐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생수로 희석해 조씨 팔에 주사하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조씨)은 황하나와 공모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명확하게 적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씨가 아무런 법적처벌을 받지 않음은 물론 단 한차례의 소환조사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당시 검찰 측과 종로경찰서 측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담당자가 지금 없다"면서 즉답을 피해 왔다.



황씨는 2015년 무렵 지인과의 통화에서 "야 중앙지검 부장검사?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다 알아. 장난하냐. 베프(베스트 프렌드)야"라며 고위층과의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다.

황씨가 경찰청과 '베프'라고 자랑했던 그의 아버지는 현재 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황씨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금도 버젓이 '마약김치'를 올려 판매에 열을 올리는 상태다.

네티즌들은 '바빠서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경찰 해명에 "많이 바쁠텐데 지금 잡힌 용의자들 다 풀어줘라", "마약수사반이 집회시위 대응반 역할도 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할 말 없으면 그냥 가만히나 있던지" 등의 반응을 보이며 성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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