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확실성 한층 커졌다"는 경제, 통화·재정만으론 못 살린다

입력 2019-06-26 17:39  

인하 또 예고한 한은…저금리 부작용도 잘 살펴야
확장일변도 재정, '경제 체질개선' 못 하면 '헛돈'
"환경에 맞춰 정책 바꾸겠다"면 '슘페터식 혁신'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 반도체 경기 침체’를 다시 거론하며 불과 열흘 남짓 만에 같은 메시지를 시장에 재차 던진 것이다. 평소 ‘선(先) 구조개혁’을 강조해온 이 총재의 그제 언론 간담 내용을 보면 금리인하의 가능성이 아니라 필요성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어떻든 “경제 어려운 것 왜 모르겠냐”는 그의 반문처럼 우리 경제에 안전지대가 없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는 이 총재의 총평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계속 나빠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투자와 성장, 생산과 소비, 고용과 세수 등 전방위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내 진단뿐 아니라 나라 밖 전문기관들 전망에도 예외가 없다. 악화일로의 지표나 통계는 다시 언급하기도 부담스럽다. 청와대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전격 교체한 것이나 통상 6월 말인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경제전망이 연기된 것을 보면 정부도 최소한의 위기의식은 갖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 난국을 어떻게 풀 것인가다.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카드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 호조에도 인하 쪽으로 방향 잡힌 미국 금리나 안정적인 국내 물가도 금리인하를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연 1%대 저금리의 부작용도 잘 봐야 한다. 자본 이탈 외에 늘어나는 가계부채, 급증하는 부실기업의 처리 문제까지 봐야 한다. 돈이 돈 구실을 못하면서 저축심리가 사라지고 애로를 겪는 은퇴자들도 적지 않다. 꿈틀거리는 일각의 부동산에 대해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떨어진 돈가치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도 흘려들어선 곤란하다. 저금리를 압박하다시피 해온 여당이 특히 명심할 일이다.

더한 것은 나랏돈 퍼붓기다. 지출내역뿐 아니라 시점까지 모호해진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과도하게 기대는 것부터 문제가 많다. 여당과 정부는 야당더러 “경제가 나쁘다며 추경에 왜 협조를 않느냐”고 몰아세우지만 전제가 틀렸다. 추경 집행으로 바로잡힐 경제 여건이 아니다. 정부는 나아가 내년도에도 500조원 이상의 ‘슈퍼예산’을 공언하며 건전재정의 관행적 준칙까지 뒤흔들고 있다. 경제 난국이 장기화될 경우 이전의 남유럽국 같은 ‘재정발(發) 경제위기’를 자초할 셈인가.

정부·여당은 경제철학과 정책 대전환으로 기초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당장 편하다고 저금리에나 기대면 구조개혁 기회를 놓치게 된다. 부실 중소기업과 한계 산업에 대한 자연스런 구조조정 없이는 혁신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금 살포에서 벗어나 경제 체력을 보강하고 체질을 확 바꾸는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어제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이라고 내놨지만, 원격진료 등 핵심 규제는 여전히 빠졌다. 그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모빌리티 혁신토론회’에서 쏟아진 현장 애로를 들어보면 규제 혁파에 대한 정부의 속내는 여전히 의문이다.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공정경제를 먼저 한 뒤 혁신성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말을 지금 진행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고용·노동 이슈에 먼저 적용해보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 공약에 깊이 관여했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슘페터식 혁신 이론’(《경제철학의 전환》)에도 도움 받을 만한 내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금리인하라는 달콤한 통화정책이나 밑도 끝도 없는 소모성 재정 확대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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