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시대] '1년 임기'…장기집권 카드 국회해산 저울질

입력 2020-09-14 15:46   수정 2020-09-14 18:01

[日스가시대] '1년 임기'…장기집권 카드 국회해산 저울질
국민 전체 대표 정통성 확보 차원…내달 국회 해산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서 새 총리 주도의 내각이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조기 총선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병을 이유로 사의를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을 뽑는 1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별다른 이변 없이 아베 노선 계승을 표방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관방장관이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했다.



스가 신임 총재는 오는 16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형식적인 지명선거를 통해 제99대 총리로 뽑힌 뒤 일왕의 임명 절차를 거쳐 새 내각을 띄우게 된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새 내각 발족 후에 국회(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 체제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국회 양원 중 해산 대상인 중의원(하원 격)의 4년 임기는 내년 10월 21일까지로, 앞으로 1년여 남았다.



◇ 조기 총선론 왜 나오나…장기집권 기반 구축에 필수

대통령제와 달리 간접선거 방식으로 뽑히는 일본 총리의 권력은 국회 해산권과 인사권에서 나온다고 한다.
해산권을 잘 활용하면 권력 기반을 한층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가의 보도'로 불리기도 한다.
선거에 임하는 총리는 집권당 총재로서 총선을 지휘하면서 공천권 행사와 선거자금 배분 등을 통해 추종 세력을 키울 수 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당연히 자기 뜻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어 당과 내각에서 장기집권 기반을 다진다는 의미가 크다.
내년 9월까지 우선 아베 총재의 잔여 임기를 채우고 연임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스가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됐지만, 국민 전체의 신임을 바탕으로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임인 아베 총리 주도로 치른 선거에서 뽑힌 자민당 의원들과 일부 제한된 당원 대표들의 투표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가 신임 총리는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시기가 문제일 뿐 자신이 지휘하는 총선을 반드시 치러야 하기에 가장 유리할 때를 놓고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그간의 총재 선거운동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우선이라면서도 "해산권은 총리가 행사하는 것이어서 새 총리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해 조기 총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총선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배경은 아베 총리 사의 표명을 계기로 갑자기 고공행진으로 돌아선 현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다.
마이니치신문이 가장 최근인 지난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 내각 지지율은 50%를 기록해 아베 총리 사임 발표 전인 8월 22일 조사 때와 비교해 16%포인트 급등했다.
또 자민당 지지율은 10%포인트 뛴 39%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다른 언론사 조사에서도 똑같이 나타나 코로나19 대응 부실 등으로 바닥을 치던 현 집권세력에 대한 여론이 수뇌부 교체를 계기로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스가 총리가 취임하면 당분간 '축하 효과'로 지지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자민당과 맞설 통합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다른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일부를 사실상 흡수해 중·참의원 149명의 외형을 갖췄지만 15일에야 창당대회를 여는 등 지역조직을 꾸려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민당을 이끄는 스가 총재 입장에선 일반 유권자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야당 세력이 아직은 지리멸렬한 지금이 총선 압승을 어렵지 않게 거머쥘 수 있는 시기일 수 있다.
그야말로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식의 조기 총선 유혹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 스가에게 최적의 조기 총선 시기는 언제일까



스가 내각의 관방장관 후보 물망에 올라 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지난 9일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온라인 강연회에서 "새 총리가 선출되면 아마도 10월에 중의원 해산·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노 방위상은 그 근거로 내년 7월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생각하면 중의원 해산·총선을 실시하는 시기가 제한된다고 했다.
이 발언은 현직 각료이면서 새 내각에서 중요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인사가 한 것이어서 일본 국내외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 언론은 고노 방위상의 말을 토대로 내년 1월 정기국회 개원(6월 폐회), 내년 3월 새 예산안 처리, 7~9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등 내년 10월까지의 주요 정치 일정과 국가적 행사를 고려할 때 올 10월 25일, 11월 1일, 11월 22일 등에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재무성이 취합하는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이 9월 말 끝나고 11월까지는 국내에 큰 이슈가 없는 '정치 공백' 기간이어서 조기 총선을 한다면 이때가 적기라는 것이다.



다만 대다수 일본 국민이나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는 공명당이 코로나19 상황을 들어 조기 총선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변수다.
교도통신이 지난 8~9일 전국 유권자 1천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조기 총선 시기에 대해 '현 중의원 임기 만료나 그 시점 부근에서 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이 58.4%를 차지했다.
'가급적 빨리해야 한다'(13.2%)라거나 '연내 실시'(10.1%), '내년 상반기'(14.3%)를 꼽은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때문에 스가 신임 총리가 단순히 정권기반 강화를 위한 조기 총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딛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2008년 9월부터 약 1년간 집권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시절에 집권 자민당은 세계금융위기(리먼 쇼크)를 이유로 조기 총선을 미뤘다가 총선에서 참패해 정권을 내줬다.
그런데 당시 조기 총선에 반대했던 사람이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스가 신임 총리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스가 신임 총리가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잊고 있을 리가 없다며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아소 현 부총리 겸 재무상은 13일 니가타(新潟)현에서 열린 강연에서 새 정권이 국민 심판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거론하면서 "(중의원) 해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곧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 일본 총리의 전권 '국회 해산' 근거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일본 헌법은 제 7조와 69조에 각각 중의원 해산 규정을 두고 있다.
7조는 일왕이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따라 국사(國事) 행위로 중의원을 해산토록 하는 것이고, 69조는 중의원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될 경우 등에 해산토록 하는 규정이다.
일본 헌법상 일왕은 통치행위가 금지된 상징적 존재이다.
이 때문에 7조에 따른 해산권은 결국 내각에 귀속되면서 내각 수반인 총리의 전권이라는 인식이 일본에서 정착됐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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