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 내홍에 휩싸여…회장-행장 갈등설 확산>

입력 2014-05-20 10:10  

올해초 개인정보 유출과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등으로 홍역을 치른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이번에는 전산시스템 변경을 둘러싼내부 갈등으로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측은 모두 "국민은행의 내부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그간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이 표면화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내달 말 사상 처음으로 개별 은행인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해정밀 진단을 벌이기로 한 것도 사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왜 문제가 되나 이번 이사회 갈등 사태의 단초가 된 사안은 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에대한 논란이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는 그간 IBM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써왔다.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안정성과 보안성이다. 특히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에서 우수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메인프레임은 안전성과 보안성 측면에서 아직은 현존하는 최상의 서버"라고 평가했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에서는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제는 시스템의 폐쇄성이다. 시스템 개방성이 떨어지다 보니 개발 시간이 오래걸리고 시스템 간 연계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유지·보수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국민은행·카드사는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시스템 교체를 검토해 왔고 작년 11월 은행 경영협의회, 올해 4월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유닉스시스템으로의변경을 확정했다. 21일까지 유닉스시스템 도입을 위한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었다.

유닉스의 강점은 뛰어난 연계성과 개방성이다. 개방성이 뛰어나다 보니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독점적인 IBM과 달리 관련 엔지니어들이 많아 유지·보수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과거에는 안정성과 보안성 측면에서 메인프레임에 크게 뒤처졌지만 최근에는 많이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전산을 책임지는 김재열 전무는 "원장 등을 처리하는 계정계는 메인프레임을 쓰고 인터넷뱅킹 등은 유닉스를 사용하고 있어 인력의 효율적 관리, 비용절감 차원에서 전체 시스템을 통일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은 시스템 결정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위원회, 이사회 등을 통해 문제를제기했지만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금감원에 감사를요청했다.

경영진이 이사회 결정사안에 대해 감사를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일 21세기 금융비전포럼에 참석한 이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한 것은 깨끗하게 의혹을 풀고 넘어가기 위해서다. 은행장 입장에서는 의혹이 없이 하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회장과의 갈등인가 경영권 싸움인가 정 감사위원은 임 회장과 기획재정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선임 과정에서 임 회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 행장의 경영 독단을 제어할 견제장치로 정감사위원을 배치했다는 후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과의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19일 KB금융지주는 김재열 전무 명의의 설명자료를 통해 "(정 감사위원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언급은 정 감사위원을 겨냥한 것이지만 정 감사위원의 의견에 동조한 이건호행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국민은행의 사외이사 역시 임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평소 이사회 결정사항을 존중하는 임 회장의 경영스타일로 볼 때 이 행장과 정감사위원의 행동은 돌출행동이며 보기에 따라서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금융권에서 "임 회장에 대한 국민은행 경영진의 도전장"이라고 풀이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국민은행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빚어진것으로 지주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임 회장과 정 감사위원의 관계가 막역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이번 일을 통해 그러한 선입견이 잘못됐음을드러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행장도 "이게 (임회장과의) 대립각이 될 수 있나. 은행 전산시스템은 은행이결정할 일이지, 지주 업무가 아니니까, 지주와 은행이 대립할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의문은 남는다.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이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하기 전 임 회장에게 사전보고를 하지 않고 독단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보고가 사전 또는 사후에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전무의 해명서가 밤늦게 배포된 것을 보면 해명서의 뜻은 회장의 뜻과 통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yk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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