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요원 폐지 강행…'中企 일꾼' 3만명 사라진다

입력 2019-08-08 17:38   수정 2020-11-08 19:37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을 축소·폐지하는 내용의 병역대체복무제도 개편안을 놓고 중소기업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병역자원이 급감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지만 내년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앞두고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소재·부품 연구를 병역특례 요원에게 의존하는 기업들이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될 처지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마치고 이르면 이달 말 병역대체복무제도 개편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까지 전문연구요원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산업기능요원은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기준 병역대체 복무요원은 3만6770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달 발표를 예정하고 있으나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현상 유지 목소리도 많아 발표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라면서도 “늦어도 연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한 베어링업체를 방문해 “병역특례를 가급적 중소기업에 많이 배정되도록 하라”고 지시한 만큼 최종안이 다소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 사태가 터졌다고 해서 몇 년 유지해주는 식으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한다”며 “적정 군병력 규모 분석 등을 통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부품 국산화하라면서 병역특례 없애…中企 "R&D 포기할 판"

병역대체 복무제도를 축소하는 내용의 국방부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 현장은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내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도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된 반도체 전략물질 연구를 병역대체 자원인 전문연구요원에 의지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은 연구개발(R&D) 시스템 기반이 흔들리게 될 처지다. 업계에서는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발발했는데 원군은커녕 아군 병사를 빼내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中企 기술경쟁력 핵심 ‘전문연구요원’

군대에 가는 대신 산업 현장에서 일정 기간 일하는 것으로 군복무를 대체하는 병역대체 복무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기업의 제조·생산인력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기능요원(학사학위 이하)’과 대학연구소 및 기업의 R&D를 지원하는 ‘전문연구요원(석사학위 이상) 제도’로 나뉜다. 산업기능요원은 현역 또는 보충역 판정에 따라 26~34개월, 전문연구요원은 36개월 근무한다.

이 중 전문연구요원은 중소·중견기업의 기술력 확보와 제고를 위한 대체복무제의 ‘꽃’으로 불린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172개 기업에서 788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2008년 1445개에서 지난해 2172개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727곳이 늘어났다. 중소기업이 75.1%를 차지한다.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기업들이 전문연구요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방부는 매년 2500명씩 선발해온 전문연구요원을 2024년까지 절반으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500명 중 대학연구소에 배정되는 박사과정 전문인력은 현행 1000명의 70% 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기업 몫을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대체복무 축소를 반대하는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정부가 기업을 너무 홀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연구요원 축소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가운데 하나인 포토레지스트(반도체 감광액) 기술을 보유한 화학업체 D사는 전문연구요원 9명을 두고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불화수소(에칭가스) 관련 기업인 K사도 전문연구요원 17명을 핵심 연구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력난 중기 버팀목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축소가 중소기업의 미래 경쟁력에 관한 사안이라면 산업기능요원 폐지는 당장 생존의 문제라는 게 산업 현장의 호소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문연구요원은 현재의 절반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산업기능요원은 2022년 선발 인원을 50%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2024년 아예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6000명을 배정해왔으나 올해 4000명으로 줄였다.

지난해 기준 산업기능요원은 2만8789명으로 전국 8236개 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 근무 비율이 55.1%로 지방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별로도 인력난이 심각한 제조업 등 공업분야 복무 비중이 94.9%로 절대적이다.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축소·폐지되면 그만큼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중소 제조업체는 취업난이 무색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폐지되면 생산성은 낮고 인건비는 더 드는 외국인 근로자를 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기능요원 제도 폐지는 가뜩이나 어려운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난도 심화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직업계고 남학생의 86%가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 연구위원은 “병역자원 감소 문제를 산업 현장 인력을 빼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며 “연간 1만 명이 넘는 미소집 사회복무요원을 활용하거나 전문성이 높은 부사관 비율을 높이는 식의 다양한 정책 수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승현/임락근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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