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못 말리는 현금부자들

입력 2020-05-12 18:20   수정 2020-05-13 00:31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상(14일)을 앞두고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은 지금이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맞나 싶을 정도다. “700만원대인 샤넬 핸드백 가격이 곧 800만원대로 오른다”는 소식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것은 지난주 후반이었다. 이때부터 롯데 소공동 본점, 신세계 강남점, 현대 압구정점 등에서는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샤넬 매장으로 내달리는 이른바 ‘오픈런’이 일상화됐다. 고급 수입차 시장도 호황이다.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지난달 26대가 신규 등록돼, 전년 동월 대비 420% 늘었다.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기관투자가도 낯설어 하는 해즈브로라는 미국 주식에 ‘스마트 개미’들이 몰려 해외주식 순매수 1위로 뛰어올랐다. 국내 개미들은 지난달 이래 이 종목을 3억8567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사 추천종목이 아닌데도 “장난감·게임을 주로 만드는 사업 특성상 ‘코로나 수혜주’로 뜰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수억원을 굴리는 부자들의 투자가 급증했다는 게 증권계 설명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 여전히 뜨겁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30조원 이상 순매수했는데도 투자자예탁금은 작년 말 대비 17조원 급증했다.

지난 4일 위례신도시의 펜트하우스(전용면적 172㎡) 두 채의 무순위 청약에는 4043명이 몰려 20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15억9000만원에 달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고 10년간 전매도 금지된다. 현찰로 16억원 이상을 쥐고 있어야 살 수 있는데도 이 정도 인파가 몰린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 벌어지는 이런 현상은 한국에 ‘현금부자’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케 한다. 현금·요구불예금 등으로 구성돼 부동자금 지표로 이용되는 광의통화(M2) 중 가계·비영리단체가 보유한 잔액만 1521조원(2월 말)에 달한다. 이런 돈은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최근 골프장 호황도 해외로 나가던 골프 마니아들이 국내에 몰린 덕이다. 위기 극복에 부심하는 정부라면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더 공격적 ‘자산 불리기’에 나선 부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게 만드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급속도로 악화하는 재정을 지키고, 내수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되지 않을까.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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