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의 통찰과 전망] 링컨의 특허와 21세기 디지털 자산

입력 2020-11-01 18:23   수정 2020-11-02 10:00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컴퓨터역사박물관 입구에선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다시 도구는 우리를 만든다’는 글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20세기 캐나다의 미디어학자였던 마셜 매클루언(1911~1980)의 통찰이다. 그는 ‘바퀴는 발, 의복은 피부, TV는 눈, 전자회로는 신경계의 확장’으로 표현하며 도구를 인간 한계의 확장으로 이해했다. 이처럼 도구는 문명의 발달에 따라 유형적 실체에서 무형적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런 관점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809~1865)은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남북전쟁 승리와 노예해방으로 존경받는 링컨은 미국 역사에서 특허를 보유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젊은 시절에 미시시피강의 선원 생활과 변호사로 특허 업무를 다뤘던 경험을 토대로 강변에 접안하는 배에 사용하는 장치인 벨로즈에 대한 특허를 1849년 취득했다. 이후 1858년 ‘특허 시스템은 새롭고 유용한 제품을 발명하는 천재들에게 불을 붙인다’는 유명한 연설문을 남겼다. 링컨은 노예해방으로 신분제를 철폐해 현대 시민사회의 초석을 놨고, 특허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20세기 산업 강국의 기반을 다졌다.

재산권으로 확립된 특허제도는 1474년 역사상 최초의 특허를 승인한 르네상스 시대 해상 강국 베네치아에서 출발했다. 베네치아는 조선과 항해술에 관련된 기술 혁신을 주도했다. 베네치아 국영 조선소는 산업혁명 이전까지 유럽 최대의 단일 생산시설이었다.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복식부기를 발명했고 해상법과 계약법을 정비했다. 무형의 지식과 아이디어에 재산권을 부여하는 특허 개념이 창안된 배경이다.

르네상스 이후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개념의 도입과 산업 발전은 동일한 궤적에 있다. 이는 근대 이후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원천이 토지, 노동, 자본 등 전통적 유형자산에서 기술, 지식, 브랜드 등 무형자산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대인은 멜로디, 노래 가사, 이야기, 이미지 등에까지 재산권을 부여하고 수입을 창출한다. 이런 흐름의 기저에는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이 전제돼 있다. 특허를 비롯한 무형자산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개념이고 실제로 수익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소유권과 거래 구조가 제도적으로 확립돼야 한다. 20세기 후반 정보화 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공산주의 경제가 몰락하게 된 주요 원인이 바로 지식과 기술 등 무형자산의 가치를 인정하는 실질적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21세기 디지털 경제가 전개되면서 부가가치의 원천이 무형자산 중에서도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디지털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매유통, 대중교통, 숙박, 교육 등 산업 전반에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역량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과거 아날로그 시대 소매유통업의 핵심 자산은 오프라인 점포의 입지였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 정보의 확보다. 특히 올초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디지털 격변이 가속화하면서 이런 현상도 급진전되고 있다. 이는 기업과 정부 정책 관점에서 모두 자산 개념과 전략적 지향점의 전환이 시급함을 의미한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는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는 잠재력에 있다. 자본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는 스타트업, 디지털 기업들의 공통점도 데이터를 확보해 사업으로 연결하는 역량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하는 이런 흐름을 디지털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기존 아날로그 기업들은 주목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서도 유형자산의 양적 규제에서 디지털 자산의 질적 활성화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데이터와 관련한 획득 과정의 투명성, 오남용 방지, 소유권의 법적 정비 등이 주요한 영역이다. 서두에 소개한 문구를 변용하면 ‘산업은 제도를 만들고, 다시 제도는 산업을 만든다.’ 최근 활발히 태동하는 21세기 첨단산업은 아날로그 방식의 규제를 탈피해 디지털 시대에 합당한 제도로 뒷받침돼야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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