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의 상징 칭화유니, 2000억 채무 만기 연장 실패

입력 2020-11-17 11:45   수정 2020-11-17 11:50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히는 칭화유니그룹이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부채 부담이 워낙 커 대규모 자금 수혈이 없인 정상 영업이 힘들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반도체 굴기' 차질 빚나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은 17일 칭화유니가 16일이 만기였던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채권단에 요청했으나 최종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상하이은행이 주관한 채권단과의 회의에서 칭화유니는 원금 1억위안을 먼저 갚고, 나머지는 6개월 뒤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채권단의 86%(채권액 기준)가 회의 전 이 제안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하지만 최대 채권자인 중국국제캐피탈과 화타이증권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만기를 연장해준다 해도 향후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회의에 동석한 법무법인이 관련 규정에 근거해 연장 협의가 결렬됐다는 법룰적 판단을 내렸다. 회사채 시장 감독기구인 국가은행간시장교역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채 만기 연장은 채권단 전원이 회의에 참석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한다. 중국 신용평가사 청신국제는 칭화유니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AA에서 AA로 강등하고 하향검토 감시 대상에도 올렸다.

칭화유니는 또 자회사인 상장사 쯔광궈웨이 주식 9800만여주를 채권은행 중 하나인 베이징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기존 채무에 대한 보증이다. 칭화유니가 갖고 있는 쯔광궈웨이 주식의 절반이다. 지난 13일 종가(98위안) 기준 약 96억위안어치다.

칭화유니는 국립 칭화대의 기술지주회사(사업법인)인 칭화홀딩스가 설립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이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이 경영하는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산하에 메모리업체 양츠메모리, 통신칩 전문업체 쯔광짠루이, 설계업체 쯔광궈웨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칭화유니를 반도체 자립의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화웨이의 설계 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미국의 제재를 받자 연구 인력 대부분을 쯔광짠루이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양츠메모리는 충칭시와 함께 메모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8000억위안(약 134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이신에 따르면 칭화유니의 지난 9월말 기준 부채는 528억위안(약 9조원)이며 이 가운데 60%가 1년 미만 단기 채무다. 반면 현금은 40억위안 보유 중이다. 올 연말에 13억위안과 4억5000만달러 규모 채무의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6월말 만기인 채무도 51억위안과 10억달러에 달한다.

CIB리서치는 "칭화유니의 채무는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 차원이 아니라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창출하는 이익에 비해 이자가 너무 커 정상적 기업활동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전략적 투자자의 대규모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잇딴 국유기업 유동성 위기
칭화유니 뿐 아니라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들이 잇달아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중국 국유기업 주식과 채권 투매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랴오닝성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화천자동차의 채권단이 지난 16일 법원에 구조조정을 신청했다고 로이터가 이날 보도했다. 화천자동차의 자회사인 브릴리언스오토는 독일 BMW와 함께 중국 합자법인인 브릴리언스BMW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화천자동차는 지난달 말 만기였던 1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직원은 4만7000여명이며 자산은 1900억위안에 달한다.

또 지난 10일에는 허난성 보유 기업인 융청석탄전자그룹이 10억위안의 단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도산했다. 융청그룹은 올 연말까지 120억위안 규모의 채무가 만기가 돌아온다. 또 융청그룹의 모기업이자 허난성 최대 기업인 허난에너지화학그룹은 올해 말까지 229억위안 규모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회사 부도 여파로 허난에너지그룹의 신용도는 A에서 BB로 강등됐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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