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원순이다" 외친 우상호…피해자는 결국 눈물 터뜨렸다[종합]

입력 2021-02-11 01:13   수정 2021-02-11 08:56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사진)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내 강난희씨가 쓴 편지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며 박원순 전 시장을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난희 여사는 남편의 성추행 가해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자필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우상호 예비후보 역시 박원순 전 시장의 가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우상호 의원의 글을 읽은 피해자가 결국 또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그녀는 내게 가끔 엄마 이야기를 한다. 엄마 치아가 다 흔들거리신대요. 어쩌죠... 엄마가 또 가슴을 치실 것 같아요. 어쩌죠...."라며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솔선수범하고,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울다가도 주변사람들 걱정스런 눈빛을 보면 '죄송해요, 죄송해요, 전 괜찮아요, 걱정마세요'를 반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그녀가 오늘 우상호 의원 글을 읽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참 잔인한 거 같아요'"라고 했다.

피해자도 입장문을 통해 "누군가에 대한 공감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며 "전임 시장의 정책을 계승한다고 하셨다. 공무원이 대리처방을 받도록 하고 시장의 속옷을 정리하게 하고 시장 가족들이 먹을 명절음식을 사는 일들도 정책으로 계승하실 건가"라고 했다.

이어 "우상호 의원님의 글 덕분에 피해자인 저와 제 가족들은 다시금 가슴을 뜯으며 명절을 맞이하게 되었다"며 "의원님께서 이를 악물고 계시다니 일터로 영영 돌아오지 말라는 말로 들려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앞서 우상호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님의 손 편지글을 보았다"며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고 했다.

그는 강 여사의 편지 중 "박원순은 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는 대목을 소개하며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힘드셨을까"라고 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했다.

우 예비후보는 또 오는 11일이 박 전 시장의 생일이라면서 "비록 고인과 함께 할 수 없지만 강난희 여사와 유가족이 힘을 내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우상호 예비후보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야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박 전 시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나오려면 예비후보로서 피해자와 천만 서울시민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할 민주당에서 당헌당규까지 고쳐가며 기어이 후보를 낸 것도 모자라, 서울시를 수치스럽게 만든 박 전 시장과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우 예비후보의 태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망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또다시 피해자와 서울시민 가슴에 대못 박은 우상호 예비후보는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논평을 통해 "박원순 전 시장을 언급한 우상호 후보의 발언을 규탄한다"며 "무책임한 발언이고, 피해자에게 무감각한 언행이다. 자당의 지자체장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박 전 시장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원순 전 시장 관련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우상호 후보를 비롯해 2차 피해를 일으킨 인사들에게 당 차원에서 조치하여 약속을 이행하기 바란다"고 했다.

우상호 예비후보는 2차 가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일이 박 전 시장의 생신이고, 설도 다가오는데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메시지를 썼다"며 "어쨌든 고인이 된 박 전 시장 유가족들이 슬픔을 이기고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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