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배경엔 부적격 논란에 휘말린 국무위원 후보자 ‘3인방’을 모두 안고 가긴 힘들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당은 박 후보자가 사퇴한 만큼 나머지 후보자들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은 “부적격 후보자는 모두 낙마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퇴 배경에 대해 “인사 과정에서 야당과 여당 내부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한 명 정도의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했다. 야당의 반발은 물론 여당 내부 기류까지 두루 살핀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전날 여당 초선의원들이 ‘3인방’ 중 한 명은 낙마시키라는 의견을 공식 발표하고 당 지도부 인사도 청와대에 부적격 의견을 전달하는 등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불가피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후보자도 어려움 끝에 사퇴했고 대통령도 고심 끝에 결정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함께 부적격 논란이 불거진 임 후보자는 여성 후보자라는 점이 고려됐고, 노 후보자는 논란이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부동산 시장의 빠른 안정을 위해선 임명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나머지 청문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국무총리 이하 후보자들은 국회가 신속하게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인 내일(14일)까지 마무리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송부 기한을 내일까지 준 뒤에는 더 이상 연장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명 절차가 진행될 것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3인방’ 중 나머지 두 후보자도 임명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보다 문제가 더 많은 두 후보자에 대해서도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인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다음주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차 출국하고, 총리 공석을 오래 둘 수 없어 최대한 빨리 인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이 이어지자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인준안을 바로 부의해 표결 강행을 추진했다. 김기현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한 명의 희생플라이로 적당히 땜질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며 “세 명이든, 네 명이든 자격 없는 후보자는 모두 지명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강영연/전범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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