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 잘 나가는 웹툰, 드라마로 만들면 왜 이러나

입력 2021-06-26 08:23   수정 2021-06-26 16:56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하다.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KBS 2TV 금요드라마 '이미테이션' 시청률은 1%도 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연재를 시작한 후 100여 개국에서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고, 텀블벅 오디오 드라마 모금이 진행됐을 때 목표 금액의 807%로 마감될 정도로 코어 팬덤도 탄탄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었지만 지난 5월 7일 첫 방송 시청률은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후 소수점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여럿이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 중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KBS 2TV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 JTBC 토요드라마 '알고있지만, tvN 수목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 등이 있다. 하지만 원작의 명성을 잇는 작품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간 떨어지는 동거'는 한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구미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중국 OTT 플랫폼인 아이치이 오리지널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우려를 자아냈고, 이후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에 녹아들지 않는다는 반응까지 나오면서 첫 방송 시청률 5.3%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3%대 시청률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OCN 창사 이례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경이로운 소문'도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불과 몇 달 만에 엇갈린 성적표가 나오게 된 이유는 뭘까.
잘나가는 웹툰, 이 정도였나

주식 시장에서 연일 최고가를 울리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의 성장에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게 '웹툰'이다.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을 합친 말로, 각종 멀티미디어 효과를 동원해 제작된 인터넷 만화다. 웹툰을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하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

공격적인 투자도 이뤄지고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018년 웹툰과 영화 제작을 연결하는 IP 브릿지 컴퍼니 '스튜디오N'을 설립했고, 올해 4월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2000억 원을 증자했다.

카카오는 2017년부터 국내 웹툰 제작사 뿐 아니라 해외 제작사까지 인수에 나섰고, 일본 법인 카카오재팬을 통해 제3자 배정 중자 방식으로 600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기존 다음 웹툰을 카카오 웹툰 플랫폼으로 확대 개편하고 있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헤 웹툰을 비롯한 자사 IP를 관리하면서 글로벌 웹툰 플랫폼 '카카오웹툰' 출시도 올 하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웹툰 서비스 확대, IP 확보와 함께 이들이 신경 쓰는 게 영상물 제작이다. 네이버웹툰은 '연의 편지', '유미의 세포들', '알고 있지만' 등 인기 웹툰 원작을 영상화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웹툰 IP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 작품 영상화 확대를 위해 국내외 영상 제작 유명 스튜디오 3곳(Vertigo Entertainment, Rooster Teeth Studios, Bound Entertainment)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국내외 웹툰, 웹소설을 담당하는 카카오페이지와 엔터테인먼트·미디어의 카카오엠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키고 콘텐츠 IP가 2차 영상물 제작까지 효율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 산업 매출은 2013년 21억원에서 지난해 3591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 20년 동안 1000여명의 작가들과 1300여개 오리지널 웹툰 IP를 발굴·기획했다. 다양한 IP에 제작 인력까지 빠르게 흡수하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흥행 보증수표 웹툰 원작, 어쩌다가…
인기 웹툰의 드라마 제작은 인기 스타를 캐스팅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원작 자체의 인지도가 높고, 팬덤이 형성 돼 있어 홍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캐스팅을 할 때에도 스타보다는 가능성 있고, 원작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를 실험적으로 발탁해 스타로 만들어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예였던 송강이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면'에 이어 '스위트홈'에 발탁 되면서 대세 반열에 오르고, 오랫동안 유망주로만 언급됐던 문가영은 tvN '여신강림' 여주인공에 캐스팅되면서 인스타그램 팔로워수가 6배가 늘어나는 등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했다.

투자도 쉽다. 유명 웹툰의 경우, 인지도가 있고, 웹툰 IP를 갖고 있는 포털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소위 말해 "돈 걱정" 안하고 만드는 게 가능한 것. '여신강림' 논란 이후 조심스러워진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서비스가 안되는 해외 브랜드의 경우에도 글로벌 OTT 노출을 고려해 PPL(간접광고), 제작지원 등에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 선보여지는 유명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웹툰만 믿고 드라마를 만들면 안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높아진 눈높이, 제대로 만들어야"
'이미테이션'의 경우 웹툰으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던 작품이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이돌을 소재로 하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모았고, '2020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에이티즈, SF9 등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비롯해 티아라 지연, I.O.I 임나영, GOD 데니안, 베이비복스 심은진 등 연기돌을 대거 출연시키면서 더욱 기대를 모았지만, 캐릭터와 맞지 않는 출연 배우들의 겉도는 연기와 웹툰의 에피소드를 영상으로 옮겨오면서 다소 유치하게 그려지는 사건들이 외면받고 있다는 평이다.

반면 SBS '모범택시'와 같이 원작의 기본 설정만 따온 후 현실감있는 에피소드를 더하며 사랑받았다. "원작 팬들의 기대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영상물에 맞는 각색이 필요하다"는 기본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

앞으로 누적 조회수 1000만 뷰를 넘긴 'D.P', 네이버 웹툰 1위에 올랐던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강풀 작가의 '무빙'이 500억 원 제작비가 되는 대작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인기있는 웹툰 대부분이 영상화 제작 계약이 체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관계자는 "웹툰 원작은 양날의 검"이라며 "작품 기획 단계부터 큰 관심을 받고, 투자도 쉽지만, 원작 팬들과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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