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에서 1인 시위했는데…경찰, 자영업자 소환 논란

입력 2021-08-06 17:18   수정 2021-08-07 01:37

자영업자 단체가 지난달 차량을 이용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시위를 벌인 것을 두고 불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 및 법조계에서는 “과도한 통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면서 자영업자 단체가 추가 시위를 예고한 만큼 집회 통제를 둘러싼 갈등도 더 깊어질 전망이다.

6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김기홍 공동대표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3시간가량 조사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14~15일 서울 종로, 여의도, 상암동 일대에서 차량 400여 대를 동원해 시위를 주최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자영업자 집회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탄압한 게 가슴 아프다”며 “어떤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고 사고도 없었으며 한 명이 탑승한 차량들로 평화 시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차 안에서 1인 시위가 이뤄졌고, 차량 간 거리두기를 지킨 만큼 감염병예방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비대위의 입장이다. 이들은 “교통 방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야간~새벽에 집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수도권에선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와 시위가 불법이다.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차량 시위도 집회로 보고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차량 내 1인 시위까지 통제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차에서 내리지 않거나 집회 준비를 위한 사전 모임을 갖지 않는 조건을 미리 둔다면 차량 집회로 인한 감염 위험은 낮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집회를 불법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량시위를 집회로 볼 수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차량이 정차 상태로 있거나,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해 사실상 정차한 수준이 아니라면 집회 및 시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방역을 빌미로 집회를 일괄 금지한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기본권에 제약을 가할 때는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있고 그 사유가 비례성의 원칙에 맞아야 한다”며 “차량시위가 집회라는 이유로 일괄 금지하기보다 사례별로 전문가들과 충분히 검토한 후 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차량 9대를 이용해 9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지난해 허용한 바 있다. 당시 방역 수칙은 도심 내 9인 이상의 집합을 금지했다. 재판부는 감염병 확산과 교통 방해를 우려해 △집회 참가자의 이름·연락처·차량번호를 경찰에 제출하고 △집회 전후로 대면 모임이나 접촉을 하지 않으며 △집회 도중 창문을 열고 구호를 외치지 않을 것 등을 허용 조건으로 내걸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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