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드가 사라지면서 어깨선은 자연스럽게 내려가고, 캔버싱도 옷의 형태를 유지하는 정도로 얇아지고 있다. 슈트가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확산으로 잘 차려입은 정장만이 아니라 다양한 패션을 연출할 수 있는 ‘맨즈웨어(man’s wear)’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니스 정장의 원조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갤럭시가 제안하는 올 가을·겨울 슈트의 핵심 코드는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이다.
정정화 갤럭시 수석디자이너는 “여름철 시원하게 입을 수 있도록 고안된 비즈니스 캐주얼이 요즘은 가을·겨울 패션으로도 확장되고 있다”며 “4050세대 기업인들은 옷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기업도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캐주얼로 활용되는 남성 슈트의 가장 큰 변화는 부드러움이다. 정 디자이너는 “예전엔 소비자들이 어깨가 무너진 것 같다며 뽕이 들어간 슈트를 선호했는데 요즘은 정반대”라며 “체크무늬를 사용하더라도 빅체크가 아니라 잔잔하게 묻히는 패턴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때 여성의 몸을 옥죄던 코르셋처럼 남성의 가슴을 돋보이게 하던 슈트의 캔버싱도 얇아지는 추세다. 몸을 가꾸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여성 정장의 어깨선이 위로 솟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젠더리스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슈트의 스타일과 색감은 단조롭다 싶을 정도로 부드러워진 데 비해 안에 입는 이너웨어는 좀 더 다양하고 화려해지고 있다. 정 디자이너는 “이너웨어로는 니트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나를 위한 ‘보상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슈트 원단이 고급스러워지고 있는 것도 요즘의 경향이다. 갤럭시가 올 시즌 새로 선보인 란스미어 시그니처 라인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유명 양모업체와 단독 제휴해 180수 이상 최고급 양모로 만든 제품이다. 신축성이 높고 가벼운 저지 소재의 원단을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정 디자이너는 “예전의 슈트는 오래 입고 있으면 어깨가 무거웠는데 요즘 원단은 하나의 실을 꼬아서 연결한 것이라 가볍고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란스미어의 저지 소재를 활용한 재킷은 카디건처럼 편안한 착용감에 패딩 충전재로 보온성까지 겸비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맞춰 외투로는 로브코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허리를 묶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상의 편안함을 위한 가운 형태의 자연스러운 드레이프코트도 유행이다. 실내복과 외출복을 오가는 가운 실루엣으로 파자마 패턴을 적용하거나 겹쳐 있는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몸을 감싸는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허리 벨트로 활용도를 높인 컴포트 오버코트도 눈에 띈다. 클래식 플란넬이나 트위드 소재로 된 오버사이즈 핏으로 클래식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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