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돈의 세상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

입력 2021-11-25 18:02   수정 2021-11-26 01:43

1929년 경제대공황이 미국을 덮치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화폐개혁의 칼을 뽑았다. 금본위제를 유지하던 미 정부는 1933년 민간이 소유한 금화, 금괴, 금 보관증을 회수했다. 이듬해 ‘금 준비법’을 시행해 금 대비 달러의 가치를 절하했다. 정부가 모든 금을 소유하자 미 국채가 금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금의 위상을 꺾은 미국은 11년 뒤 세계 정상들을 모아놓고 금과 맞바꿀 수 있는 세계 기축통화는 오직 미국 달러뿐이라고 선언했다. 달러가 화폐 권력의 최정점에 선 것이다.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는 화폐가 발전해온 역사를 망라한다. 어떻게 금이 국제 통화가 되고,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잡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금융공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는 화폐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계층화폐’란 개념을 도입했다.

저자가 규정하는 인류 최초의 기축통화는 13세기 피렌체 조폐국에서 발행한 ‘플로린 금화’다. 피렌체 조폐국은 수백 년 동안 금화의 무게와 순도를 유지했다. 들쑥날쑥했던 다른 나라 금화에 비하면 신뢰도가 높았다. 덕분에 플로린 금화 지급을 약속한 각종 증서(환어음)가 발행됐고 화폐 유통 속도가 빨라져 교역량이 늘었다. 화폐에 계층이 나타난 시점이기도 했다. 저자는 “당시 금화는 화폐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첫 번째 계층화폐로 거래를 종결하는 역할을 했다”며 “금화 교환증서는 누군가가 지급을 약속하기 때문에 ‘부채’가 발생하는 두 번째 계층화폐”라고 설명한다.

화폐에 계층이 나타나자 국가가 적극적으로 권력을 잡기 시작했다. 17~18세기 유럽에선 개인이 화폐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국가가 화폐 발행권을 독점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창설됐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국가의 권력은 2008년을 기점으로 줄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중앙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끼리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달러 제국을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금이 수백 년 앞서 기축통화가 됐지만 비트코인은 불과 12년 만에 금시장 시가총액의 6%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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