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도 유효"…대법원과 엇갈린 판결 왜?

입력 2022-11-02 14:28   수정 2022-11-02 14:31


정년연장형이 아닌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 하더라도, 임금 감액률이 과도하지 않고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근로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했다면 무효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한 지난 5월 대법원판결 선고 이후 관련해 나온 첫 하급심 판결이다. 정년유지형이라 해도 무조건 무효는 아니라는 법원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정완)는 지난달 27일 한국광물자원공사 퇴직 근로자 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공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는 2015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열고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만드는 등 도입을 장려한 데 따른 것이었다. 임금감액률은 1년 차의 경우 피크 연봉의 80%, 2년 차는 60% 수준이었다. 공사는 이미 2009년 노사 협의로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한 상태였다.

이에 원고인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며 그동안 감액된 미지급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들은 “근로 시간 단축 없이 급여만 감축한 임금피크제는 현저히 합리성이 없어 효력이 없으며, 합리적 이유 없이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판단한 무효 판단의 근거를 그대로 반영한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 공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정년 상향에 따른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 증가와 신규 채용 감소를 방지하고자 만든 세대 상생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년보장형의 경우 연장형에 비해 근로조건 불이익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은 결국 인사 적체와 기업 인건비 부담을 가져와 기업으로서는 명예퇴직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정년이 연장되지 않은 것은, 고령자고용법 개정 전부터 이 회사 근로자들이 정년 60세를 보장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임금감액률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적용 임금은 원고들과 동일한 직급에 있는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과 비교해도 90%에서 최대 159%에 이르고, 타 공공기관과 비교해도 감액률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밖에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통해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도 받았기 때문에 임금 감액률이 현저히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담당한 업무 내용과 강도에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한 주요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법원은 △공사가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들이 원하는 희망 직무를 부여했고 △퇴직 예정자들에게 공로연수 프로그램을 시행한 점 △공사가 2015년부터 부채가 매년 증가하는 등 경영 사정이 악화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점 등을 근거로 “고령자고용법상 금지되는 불합리한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사를 대리해 사건을 수행한 함승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개별적·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임금피크제가 유효할 수 있음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근로 시간 단축이나 업무 강도 등의 완화가 분명하지 않아도, 임금 삭감에 대한 다른 조치들이 마련됐다면 임금피크제의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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