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잡을 '비밀무기'…삼성 '이 부품'에 사활 걸었다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3-01-23 08:00   수정 2023-01-24 11:35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극자외선 펠리클(EUV·Extreme Ultraviolet Pellicle)' 자체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의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핵심 부품인 EUV 펠리클은 외국산이 선점하고 있어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코스닥 상장사 에프에스티와 에스앤에스텍이 양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EUV 펠리클 뭐길래
1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EUV 펠리클의 국내 양산은 이르면 연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부터 각각 430억원, 658억원을 투자받은 에프에스티와 에스앤에스텍의 EUV 펠리클 투과율이 상용화를 논할 정도로 높아졌고 삼성전자도 자체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펠리클은 포토마스크(반도체 회로패턴을 그린 유리기판)에 먼지가 붙지 않도록 씌우는 얇은 필름을 말한다. 공정 미세화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불량률을 낮추고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줘 삼성전자와 TSMC가 관련 기술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EUV 노광공정은 웨이퍼에 전기적 신호 패턴을 그리는 작업이다. 웨이퍼 위에 회로가 그려진 포토마스크를 올리고 그 위에 빛을 쬐면 회로가 새겨진다. 이때 EUV 노광장비는 기존 불화아르곤 심자외선(ArF DUV) 노광장비 대비 파장이 짧아 더 미세한 패턴을 그릴 수 있다. 파장이 짧은 만큼 빛 흡수율이 크기 때문에 투과율이 높은 펠리클을 사용할수록 수율이 개선된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하지 못해 삼성전자와 TSMC는 전용 펠리클 없이 EUV 공정을 수행했다.

EUV 포토마스크 가격은 개당 5억~10억원, EUV 펠리클은 5000만원~1억원에 달한다. EUV 포토마스크는 전용 펠리클이 없으면 1~2번만 쓰고 버려야 한다.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들은 오염된 비싼 포토마스크를 매번 바꿔가며 회로를 만들고 있다. 아무리 세척해서 다시 써도 불순물이 묻어 교체가 필요하고 비용 부담이 커진다.

문제는 현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투과율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최소 투과율은 90%다. ASML이 2021년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테러다인과 합작해 투과율 90%의 펠리클을 개발했고 일본 미쓰이화학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뒤 이 부품을 일부 생산하고 있다. TSMC는 3년여 전부터 이 부품을 자체 개발해 일부 공정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특성상 극도의 보안이 유지되는 탓에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TSMC가 삼성전자와의 수율 격차를 이 부품에서 냈을 것이라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과 'EUV 연합' 구축에 시동 건 삼성전자
EUV 펠리클은 기술 장벽이 워낙 높은 탓에 현재 시장 내 뚜렷한 리드기업이 없는 데다 업계가 원하는 스펙을 완벽하게 갖춘 제품도 없는 상황이다. 미쓰이화학의 물량은 많지 않고 TSMC 제품은 투과율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스에프티와 에스앤에스텍이 연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글로벌 선두주자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에스티는 연내 양산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과율은 90% 이상을 충분히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에프에스티가 준비 중인 실리콘 카바이드(SiC) 기반 EUV 펠리클은 고내열성까지 갖춰 ASML의 차세대 장비인 'High NA EUV'에서 더 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에스앤에스텍 역시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투과율 90%가 넘는 EUV 펠리클 양산에 돌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년께 삼성전자 요구하는 스펙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자체 EUV 펠리클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말이 들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본력과 경험,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하나로 묶어 이 부품의 국산화를 완성하고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UV 가치사슬' 구축에 정부 지원도 촉구하고 있다. EUV 펠리클 국산화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해서다. 이 부품의 사용 증가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국산화가 미뤄질 경우 미쓰이화학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성장성도 밝다. 업계에서는 2021년 2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EUV 펠리클 시장 규모가 연평균 102%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내년에는 1조5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UV 노광장비 사용이 늘어날수록 전용 펠리클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은 투과율 95%를 바라보는 제품 개발에 나섰고, TSMC는 펠리클 자체 생산을 20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파운드리에 뛰어든 인텔도 EUV 펠리클 수급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수요가 더 폭발하기 전 국산화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일반 공정보다 EUV 공정 조건이 훨씬 더 가혹하기 때문에 펠리클을 사용해 예민한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면 먼지가 묻는 걸 줄일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 아직은 어려운 상태지만 반도체 공정이 EUV로 전환되는 시기여서 펠리클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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