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직구' 시장 도전한 남매 창업가…106개 국가 홀렸다 [긱스]

입력 2023-11-01 09:08   수정 2023-11-01 09:09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가족 창업가는 스타트업 업계에 종종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부부가 의기투합해 스타트업을 차리거나, 연륜 있는 부모가 열정 가득한 자식과 함께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직구 스타트업 딜리버드코리아는 공동창업자가 남매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한 남동생이 어려움을 겪자, 피보팅(사업 전환) 과정에서 대학교수인 누나가 합류했습니다. 회사의 새 서비스는 2년 만에 106개 국가에서 월 40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부산 출신 남매의 역직구 시장 공략기를 소개합니다.

직구는 국내 소비자가 해외 물건을 직접 들여오는 행위다. 이를 뒤집으면 역직구다.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의 물건을 주문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물건 찾기부터 계좌 및 결제 문제까지 직구의 어려움은 해외 소비자들도 같다. 일상 속 흔한 정보인 커머스 사이트 주소, 한글로 쓰인 홈페이지 등 모든 것이 장벽이다. 역직구 시장 공략을 위해 다수 대기업이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자사몰을 영문 페이지로 만드는 것에 그쳤다. 난이도 대비 ‘가성비’가 맞지 않았다.

불편함이 있는 곳엔 창업이 일어난다. 김종익 딜리버드코리아 대표는 미국 물류 기업에서 일하다 현지에서 한 번, 한국에서 두 번 사업을 펼친 연쇄 창업가 출신이다. 분야는 모두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초국경 물류)였다. 현재 딜리버드코리아의 서비스 역시 파트너 이커머스 플랫폼의 해외 결제 비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서도 소위 ‘리셀러(재판매자)’ 기반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결제와 배송 영역 전문성을 바탕으로 커머스 ‘우군’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리바이스 청바지'가 만든 연쇄 창업

“미국에 살 때 리바이스 청바지 가격이 20달러(2만7000원)였는데, 한국에 들어오니 같은 제품이 10만원이었어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부산 출신 김 대표의 첫 미국 생활은 고교 시절이었다. 1997년 IMF가 터지기 전까지 3년을 미국에서 지냈고, 이후 병역 문제로 귀국해 부산대까지 졸업했다. 첫 사업 계기는 ‘청바지’였다. 김 대표는 “한창 직구 시장이 한국에서 뜨던 시기”였다며 “‘랄프로렌’ 등 해외 브랜드 의류를 수입해 부산지역 도소매 업체에 유통하는 사업을 했다”고 말했다. ‘위즈위드’ 등 대형 직구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며, 국내서도 대기업들이 사업 진출을 타진하던 시기였다.

사업 3년 차,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미국 시장이 잊히지 않았다. 물건을 떼 오는 본토에서 기본 지식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영하던 사업을 그만두고, 2009년 미 물류 업체 로고스로지스틱스에 입사해 창고 관리와 물류 운영 노하우를 다시 익혔다. 자동차 부품을 떼다 팔았던 그는 2012년 아마존의 성장을 지켜보며 현지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로 합류하기도 했다. 시계 등 액세서리를 미국에서 해외로 재판매하던 업체였는데,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며 매출액을 15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2013년 절치부심해 한국에서 두 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쇼핑몰에 제품을 팔던 업체를 대상으로 해외 쇼핑몰 구축과 국외 배송, 고객관리(CS) 등을 대행하는 업체를 차렸다. 나름대로 순항했던 사업은 코로나19를 만나 무너졌다. 위축된 경기 속에 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꺼렸고, 물동량 소화도 어려워졌다. 김 대표는 “직원 70%를 구조조정했다”며 “너무 넓은 범위의 사업을 꾸렸던 것이 약점이 됐다”고 소회했다.
"타깃 좁혀라"…현장 향한 15년차 교수

두 살 누나이자 공동창업자인 김재은 딜리버드코리아 이사는 15년차 현직 대학교수다. 이화여대와 고려대, 미 미네소타대에서 심리학과 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오클랜드대에서 테뉴어(정년 보장)를 받고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소비자행동 연구로 학계에 이름을 알렸던 그는 2017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김 이사는 “학교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당시엔 재활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좌절했다”며 “때마침 동생의 사업을 조언해주며 이론을 현장에 접목해보는 재미를 찾았다”고 했다. 학교생활과 사업 지원을 병행하던 그는 2021년 3월 피보팅 과정에서 결국 동생과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재는 뉴질랜드와 한국을 오가며 일한다.

동생과 함께 찾은 해법은 사업 범위를 좁히고, 타깃 대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먼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이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을 끌어모아 자체 플랫폼에 가두기로 했다. 김 이사는 “외국 소비자들이 딜리버드코리아 플랫폼에 자신들이 알아본 품목 링크를 입력하거나, ‘A 제품을 사줘’ 형태로 문장을 넣으면 비슷한 상품을 찾아 구매가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했다. 고객관리나 쇼핑몰 구축 대행은 그만뒀다. 한편으로, 커머스 플랫폼들의 영문 사이트를 파트너 대상으로 삼았다. 결제와 배송 단계는 자체 플랫폼으로 연결되도록 해 기업들 불편 사항을 줄였다. 김 이사는 국가별 소비 키워드 데이터를 파악해 현지 광고 마케팅도 펼친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한국 식품 검색 키워드가 급증하면 타깃 광고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어떤 경로든 소비자는 딜리버드코리아 플랫폼을 통해 결제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플랫폼을 거쳐 간 제품 수는 124만 개, 월평균 해외 이용자 수는 106개 국가 40만 명 상당이다. 주요 판매 제품은 K팝 관련 굿즈를 중심으로 화장품, 패션, 전자제품 등이다. 번개장터, 쇼피파이 등이 파트너사다. 김 대표는 해당 사업 모델을 두고 “경쟁업체가 특별히 없다”면서도 “CJ올리브영이나 케이타운포유 등에서 직접 해외 소비자를 끌어오려는 시도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자체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해외 고객의 결제 편의성이나 물류 시스템 구축 비용을 따졌을 때 외주가 더 효과적이란 것을 대상 기업에 설득하는 것이 사업 확장 과제”라고도 덧붙였다.
"지역 특색 맞는 지자체 창업 정책 필요"

재창업 2년 만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들의 신분은 아직 도전자다. 올해 이들의 예상 플랫폼 거래액(GMV)은 총 200억원 수준으로, 스스로도 “갈길이 멀다”고 평가한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역직구 시장 규모는 9억1000만달러(1조2300억원)에 이른다. 커머스 플랫폼의 자체 영문 사이트들도 있지만, 직접 제품을 만들거나 물건을 떼다 아마존·알리바바·쇼피 등에서 판매하는 소규모 사업자가 큰 경쟁자다. 최근 직장인 부업으로도 인기 있는 일이다. 지난해 쇼피의 한국 셀러들 총 매출액이 2166억원에 달했다는 조사도 있다.

김 대표는 “선사입(물류센터 선입고) 비용 문제로 대형 사업자가 나타나기 힘들어 장기적으로 위협 요소는 아니다”면서도 “시장 장악을 위해 현재 필요한 것은 인력 채용”이라고 했다. 딜리버드코리아의 소재지는 부산이다. 물류 관리를 위해 고향에다 본사를 설립했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년 가까이 공석일 정도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가 지역 창업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그는 현재 스타트업 민간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동남권협의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해당 도시가 지닌 테마를 부각하는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과 지역의 창업 환경 격차는 오래된 화두다. 부산에는 부산역에 사무실을 두고, 일주일에 2~3회 기차를 타고 상경하는 창업가가 있을 정도다. 모든 스타트업을 끌어올 수 없다면, 차라리 특화된 지원 사업으로 창업가와 관련 인력을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 지론이다. 그는 “최근 부산정보진흥원이 진행한 스마트물류상용화 사업 등과 같이, 도시에 어울리는 창업가와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끌어올 지방자치단체의 전략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는 해외에서 답을 찾았다. 딜리버드코리아는 지난 5월 일본의 구매 대행 1위 업체 비노스그룹의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그는 “지역 스타트업은 자주 만나기 힘든 국내 투자자에 기대는 것보다, ‘콜드메일(cold mail)’로라도 사업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는 해외 투자자를 찾는 것이 용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나와 부산에서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내년엔 김 이사가 교수직을 그만두고 완전히 귀국한다. 어렸을 적 ‘공부 잘하는 누나’로 동네서 유명했던 김 이사는 지금도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을 내보내던 시절 사람 때문에 많은 아픔을 겪었는데, 가치관을 공유하는 혈연이 큰 힘이 됐다”며 “부산에서 해운 사업을 일구셨던 아버지가 남매 사업을 응원하고 있는데, 부산을 대표하는 역직구 업체가 될 수 있도록 거래액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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