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수치 대신 '바이러스 수치' 에 주목…B형간염 치료기준 바꿔야 간암 줄어

입력 2023-11-15 16:14   수정 2023-11-15 16:15

B형간염 발생을 줄이기 위해선 간 수치 대신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치료 시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년 암 사망률 1위인 간암의 70%는 만성 B형간염 때문에 생긴다. B형간염 약제는 간암 위험을 절반까지 낮춰주지만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따라 간수치가 크게 상승해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국내 환자 중 18%만 치료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임영석·최원묵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수년간 추적 관찰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환자의 혈액 속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mL당 100만단위(6 log10 IU/mL)에서 멀어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단위 정도였던 환자에게서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다.

B형간염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따르면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 이번 연구는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간염 치료를 조기에 시행한다면 간암 발생자를 최대 6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교수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경희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을 평균 7.6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 중 193명에게서 간암이 생겼다.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도 관찰했는데 이들 중 322명에게서 간암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간염 치료는 간암 발생 위험을 50% 정도 줄여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학계에선 바이러스 수치에 비례해 간암 발생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간염 치료를 시작한 뒤 바이러스 수치가 간암 발생 위험과 관련 없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간암을 잘 예방하려면 바이러스 수치에 따라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금은 B형간염 치료를 받은 뒤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바이러스 수치가 최소 2000 단위 이상이면서 간수치(AST 또는 ALT)가 정상 상한치의 2배(80 IU/l) 이상이어야 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 대신 혈중 바이러스 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해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간암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임 교수는 “매년 국내에서 약 1만2000명의 간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는데 대부분 중년 남성이다 보니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가정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 IU/mL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기준을 바꾸면 매년 3000명, 15년간 4만여 명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임 교수는 내다봤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 최고 권위지인 ‘거트’(GUT, 피인용지수 24.5)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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