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90% 식료품으로"…롯데마트 '그로서리 실험' [송영찬의 신통유통]

입력 2023-12-27 15:57   수정 2023-12-27 16:28

“생선을 고르면 원하는 부위를 원하는 두께와 양에 맞춰 잘라드립니다.”

수산 코너 직원이 “다른 매장을 둘러보고 있으면 모바일로 조리 완료 메시지를 보내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활어회 옆쪽으론 ‘핫 칠리 달고기’, ‘푸팟퐁커리 임연수’ 등 이색적인 마리네이드(양념) 생선류도 가득했다.

이색 제품이 가득한 건 육류 코너도 마찬가지. 티본 스테이크부터 등 20여가지의 스테이크를 비롯해 마트에서 보기 힘든 독일산 ‘비어슁켄’, 프랑스산 ‘메르게즈 소시지’ 등 유럽산 소시지 제품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었다. 27일 찾은 이곳은 이날 세 달 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그랑 그로서리’라는 이름의 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재개관한 롯데마트 은평점이다.
非식품 매장은 매장의 10% 뿐
롯데마트 은평점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롯데마트는 과거 두 개 층이었던 은평점을 한 층으로 줄이며 800평(약 2640㎡) 규모였던 비(非)식품 매장을 150평(약 495㎡)으로 대폭 축소했다. 대신 즉석조리코너·밀키트 매대를 대폭 늘렸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형마트는 비식품 매대를 전체 매장의 40~50% 규모로 구성한다.

즉석조리 코너는 롯데마트가 이번 리뉴얼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구성한 공간이다. 매장 입구부터 44m에 이르는 긴 공간을 ‘롱 델리 로드’라는 이름의 즉석조리식과 간편식 코너로 꾸렸다. 각 코너 이름엔 즉석조리식품 자체브랜드(PB) ‘요리하다’를 붙였다. 유명 프랜차이즈 ‘판다 익스프레스’처럼 각종 미국식 중화요리 즉석 조리식품을 뷔페처럼 담아 가져갈 수 있는 ‘요리하다 키친’이 대표적이다. 마트식 오마카세를 표방한 ‘요리하다 스시’, 인근 북한산 캠핑족(族)을 겨냥한 ‘요리하다 그릴’도 있다.


즉석식품 뿐 아니라 가공식품 차별화에도 공들였다. 라면 특화존과 커피 특화존을 별도로 만들어 매대를 각 브랜드별로 진열했다. 소비자별로 선호하는 브랜드와 제품이 확연히 달라지는 만큼 찾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다. 세계 각국의 식재료와 조미료로 채운 ‘글로벌 상품존’도 만들었다. 다양화된 식습관에 발맞춰 비건(완전 채식) 제품,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글루텐 프리’ 제품 구색도 강화했다.
'4대축'으로 롯데마트·슈퍼 통합 가속화
그랑 그로서리는 빨라지고 있는 롯데마트·슈퍼 통합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해 말부터 양사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강성현 대표의 주도하에 상품 발주 및 관리, 데이터 분석 등 중복 업무를 통합해왔다. 이 가운데 강 대표는 ‘슈퍼는 가볍게 장 보는 곳, 마트는 주말에 장 보는 곳’이란 인식을 깨뜨리겠단 취지로 식료품 특화 매장인 그랑 그로서리를 구상했다. 소비자들이 “매일 뭐 먹지”란 고민을 이곳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단 취지다.


롯데마트는 향후 슈퍼와의 통합이 완료되면 그랑 그로서리를 ‘4대 축’ 중 하나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4대 축은 △롯데마트 △롯데슈퍼 △제타플렉스 △그랑 그로서리로 구성된다. 각 점포를 ‘롯데마트’라는 큰 이름 아래 통합하고, 주변 상권과 주 소비층에 맞는 특화 매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차례로 잠실점과 서울역점을 ‘제타플렉스’로 개편한 것처럼, 내년부터 그랑 그로서리 점포망도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강 대표는 “그랑 그로서리는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롯데마트의 그로서리 역량을 총집약한 공간”이라며 “그랑 그로서리만의 차별화된 먹거리 쇼핑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을 오프라인으로 이끌고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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