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돈 안되는 전자주총 플랫폼의 민낯

입력 2024-01-30 18:02   수정 2024-02-01 09:34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비용 부담 때문에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합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책 중 하나로 전자주주총회를 언급했다는 얘기에 한 코스닥 기업 대표는 한숨만 푹 쉬었다. 전자주총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전자주총은 주주총회의 소집, 진행, 투표 등을 온라인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선 현재 전자투표만 허용됐지만, 지난해 11월 전 과정을 전자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부터 완전한 ‘온라인 주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주총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걸림돌은 접속 플랫폼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에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기술적 하자 등 돌발 상황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했다. 수많은 주주를 온라인에 접속시켜 투표까지 처리하는 가상 플랫폼을 만드는 데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주총 화면이 끊겨 주주가 피해를 보게 되면 책임은 고스란히 회사가 져야 한다. 규모가 작은 코스닥시장 상장사라면 개발 비용도 부담된다. 적은 비용으로 전자주총을 대행해줄 전문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전자주총 플랫폼이 전자투표 서비스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정기 주총은 1년에 한 번, 임시 주총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서버 확충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반면 수요가 한정돼 있어 증권사들이 굳이 플랫폼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한국예탁결제원 같은 공익적 성격을 띤 기관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을 예탁원이 떠안는 것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탁원은 지난해 8월부터 전자주총 시스템 구축 검토를 시작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결책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민간기업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제도 통과까지 남은 시간이 있으니, 전자주총의 일부인 주주소집 전자화만이라도 임시로 허용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계산기를 두드려 볼 시간을 주자는 의견이다. 색다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까진 허가 사례가 없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선 이후로 국회 논의가 밀리면 실제 도입이 2026년으로 지연될 수도 있다”며 “기업설명(IR) 플랫폼 업체나 명의개서 대행기관 등이 본래 사업과 시너지를 검토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주총 제도가 활성화한 미국과 일본에선 브로드리지파이낸셜솔루션, ICJ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사업자가 시장에서 활동 중이다. 제도가 도입과 동시에 살아 움직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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