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을 '저격'해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를 경선에 붙이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방향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그 배경에 김어준 씨의 유튜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가 '정당 기능'을 도맡을 정도로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커지면서 당의 공천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내 공천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7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1개 선거구 중 4곳이 경선 지역으로 선정됐다. 광주 서구갑에선 비명계 송갑석 의원과 친명계 조인철 전 광주 문화경제부시장이 경선을 치른다. 또 대전 대덕에선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박영순 의원과 친명계 박정현 최고위원이 맞붙는다. 또 경기 고양정에선 비명계 이용우 의원과 김영환 전 경기도의원(친명)이 경쟁을 벌인다. '현역 비명 대 원외 친명' 경선 구도에 눈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비명계 인사는 "구독자 148만 명을 전체 지역구 수로 나누고,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고령층이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한 지역구당 최대 1만 명이 열혈 시청자일텐데, 이들에게 방송에서 '수박 깨기'를 지시하면 이길 수 있는 비명계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라며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효능감과 친명 유튜버들의 경제적 효능감이 결합해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아무리 '시스템 공천'을 얘기한다고 한들, 믿는 구석은 결국 유튜브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찐명'들은 김어준 유튜브에 나가 인정받는 게 소원"이라고 귀띔했다.
'김어준 유튜브'는 야권에서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예컨대 김어준 씨가 설립한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꽃'은 비명계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친명계 원외 인사를 경쟁 붙인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친명 띄우기'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비명계 윤영찬 의원이 있는 경기 성남중원에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붙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게 대표적이다. 현 부원장은 성추행 논란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류의 여론조사 결과는 친명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여론으로 자리잡는다는 설명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정 정치인 집단과 일종의 '공생 관계'가 형성되면서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유튜버는 정치인을 팔아서 돈을 벌고, 정치인들은 팬덤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주 경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하면서 경쟁에서 밀린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설훈 의원은 이번주 거취를 표명하기로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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