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처럼…美 'IRA 세액공제권'도 사고판다

입력 2024-05-17 18:24   수정 2024-05-18 01:5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권리를 거래하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고금리 등으로 자금 사정이 여의찮은 친환경 기술 기업들은 세액공제 권리를 판 돈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구매자는 이를 사들여 세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F) 운용사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세액공제 권리 거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제3자 판매도 허용
글로벌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IRA를 통해 AMPC(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크레디트)의 제3자 양도를 폭넓게 허용한 뒤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버코어ISI는 올해 시장에 풀릴 세액공제 권리 규모를 470억달러로 추산하고 2030년이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발효된 IRA는 그해 12월 31일부터 미국에서 생산 및 판매된 풍력·태양광, 배터리 등 부품 판매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미국 내 친환경 첨단 기술 관련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미국 정부는 IRA 이전에도 재생에너지 부문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해당 권리를 사고팔 수 있게 했다. 다만 거래 대상이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세액 투자 금융(tax equity financing)’으로 참여한 은행, 사모펀드 운용사 등에 국한됐다.

IRA는 세액공제 폭과 대상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프로젝트와 무관한 제3자에게도 세액공제 권리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으로 자금 사정이 열악해진 친환경 기술 산업 부문은 세액공제 권리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의 세금 환급 시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세금 부담을 덜고 싶은 기업은 저렴하게 매입한 세액공제 권리를 통해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태양광 모듈 제조사 퍼스트솔라는 핀테크기업 파이저브에 세액공제 권리를 달러당 0.96달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해 총 7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세액공제권 구매 일상화될 것”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지난해 에너지 기업 엔지로부터 8000만달러 규모의 세액공제 권리를 사들인 데 이어 최근 태양광 패널 제조사 실팹솔라와도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이와 관련된 하이브리드 거래 구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기업 아레본과 3억5000만달러짜리 세액 투자 금융을 체결해 배터리저장장치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여기서 나온 세액공제 권리는 미국 IB 스티펠에 판매했다.

미국 IB 훌리한로키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세액공제 권리의 제3자 판매 조항은 게임 체인저”라며 “기업 납세자들에게 세액공제 권리를 구매하는 건 이제 일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 권리의 주요 구매자 가운데 30%가량은 석유가스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석유 중개업체 비톨이 아방그리드로부터 1억달러 상당의 세액공제권을 구매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발전 기업 드랙스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에 대한 세금 부채가 없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세액공제 권리를 판매할 수 있는 조항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드랙스는 최근 미국에 탄소포집저장(CCS) 시설을 갖춘 목재펠릿 연료발전소를 건설키로 해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 기업이다. 래디언트미디어스튜디오도 회사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나온 세액공제권을 판매해 영화 제작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래디언트미디어스튜디오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애인으로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스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거래 플랫폼까지 개설되는 등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세액공제 권리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크레디트 중개업체 크럭스는 “올해 실제 거래되는 세액공제권 규모는 20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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