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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트럼프 정부 해법은[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입력 2025-03-10 16:09   수정 2025-03-10 16:10

전 세계인이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으로 몸살을 앓는 시대가 다시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으로 다 잡아가던 물가가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각국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는 30∼40년 만에 최고 수준은 예사로 보일 정도다.
◆ 다시 고개 드는 인플레
인플레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론적 배경이 필요하다. 인플레는 원인별로 비용 상승과 수요 견인으로 나눠지고, 상승 속도에 따라 마일드·캘로핑·하이퍼로, 경기와 관련해 디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슬로플레이션·골디락스, 정책 의지와 결부돼 리플레이션·디스인플레, 그리고 공유경제와 관련해 데모크라플레이션 등이 있다.

최근 들어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는 공급 측 요인이 강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측 인플레 요인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총공급 곡선(AgS·노동시장과 생산 함수에 의해 도출)과 총수요 곡선(AgD·투자와 저축을 의미하는 ‘IS 곡선’, 유동성 선호와 화폐 공급을 의미하는 ‘LM 곡선’에 의해 도출)으로 보면 쉽게 이해된다.

공급 측 요건이 개선되면 총공급 곡선이 우측(AS1→AS2)으로 이동한다. 성장률이 높아지고 인플레가 낮아지는 ‘골디락스’ 국면이 도래한다. 하지만 최근처럼 공급 요건이 악화되면 총공급 곡선을 좌측(AS2→AS1)으로 이동시켜 성장률이 떨어지는 대신 인플레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 발생한다.

피벗을 추진한 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인플레가 재현되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장의 예상과 다른 ‘역행적 선택’ 때문이다. 역행적 선택 이론은 통화정책 결정에 필요한 완전한 정보를 보유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분석하는 정보경제학의 한 부류로 조지 에컬로프 교수가 주장했다.

Fed는 인플레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는 통화정책 추진 여건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체크 스윙(check swing)’ 차원에서 역행적 선택을 활용한다. 인플레 성격을 잘못 판단해 너무 빨리 피벗을 추진하다간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너무 늦게 추진하다간 ‘그린스펀 실수(Greenspan’s failure)’를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preemptive)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측력이 받쳐 줘야 한다. 그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체크 스윙과 역행적 선택 과정에서 금리인상이든 금리인하로의 피벗 타이밍을 잃게 된다. 시장과 반하는 금리 결정은 의도했던 효과보다 의외로 큰 부작용이 반드시 발생한다.
◆ 불가피해진 공급망 차질
Fed는 2012년부터 ‘인플레 안정’에다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양대 목표 간 충돌될 때도 전자보다 후자에 우선순위를 둬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

우선순위를 더 두고 있는 고용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여건에서는 인플레가 우려되더라도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일은 쉽지 않다(통화정책 불가역성). 2021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Fed가 2013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트리플 버블’(금융완화 버블+인플레 버블+테이퍼링 지연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금융완화를 고집했던 것도 이 이유에서다.

뒤늦게 인플레의 심각성을 인식한 Fed는 2022년 3월에 가서야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여지없이 의도했던 목적 달성이 지연되면서 금리인하로의 정책 전환도 늦어진다. Fed의 경우 작년 9월에 가서야 피벗을 단행했다. 최근에 인플레가 재발하는 것은 뒤늦은 피벗 요인도 크다는 지적과 함께 ‘제2의 볼커 실수’를 저지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요시 셰피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미국 상품 소비가 증가하면 소매, 유통, 제조, 원자재 순으로 공급망이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수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이른바 ‘채찍 효과(bullwhip effect)’가 나타나 인플레가 증폭될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하루 100개의 라면을 팔고 5일분의 재고를 가져가는 소매상이 하루 판매량이 200개로 늘었다면 재고분 1000개를 맞추기 위해 800개를 더 주문해야 한다. 이때 하루 100개에서 800개로 주문이 늘어난 유통업체는 제조업체에 생산을 늘려줄 것을 독려하고 제조업체는 식자재 업체에 추가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수급 불균형이 증폭돼 공급망이 붕괴된다는 것이 채찍 효과의 골자다.

채찍 효과가 총수요와 총공급 요인 간 악순환 고리의 주범이라면 인플레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은 역(逆)채찍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피벗을 중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합리적 기대 가설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디지털 콘택트 추세의 급진전으로 네트워킹 효과가 크게 나타날 때는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팬 차트(pan chart)로 각국의 인플레 정도와 금리인상 확률을 판단해 보면 선진국은 중심축(pivot state)에 몰려 있다. Fed를 시작으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곧바로 금리인상 국면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일부 신흥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선진국 금리인상에 따른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인플레와는 크게 연관이 없다.

문제는 주로 총수요 대책인 금리인상을 서두르더라도 과연 인플레를 잡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급한 금리인상은 성장이론에서 실제성장률과 균형성장률, 잠재성장률이 같은 황금률(golden rule)이 유지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해로드-도마의 칼날 이론’에 비유된다. 칼날 위를 타는 무속인이 떨어지면 상처가 깊게 난다.

Fed가 앞으로 금리인상 국면으로 전환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성장 훼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미국 경기 향방을 놓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마저 흔들린다면 세계경제는 장기침체를 예고하는 재침체(double dip)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플레를 잡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성장 훼손은 재정정책이 보완해 줘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행동주의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빚내서 더 쓰자’는 현대통화론자(MMT·modern monetary theory)의 주장에 조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였던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은 현대공급중시경제학(MSSE·modern supply-side economics)으로 맞섰다.

MSSE의 논리는 이렇다. 최근처럼 금융완화에 따른 숙취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정책목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1980년대 초반의 레이거노믹스처럼 단순히 세율만 낮춰서는 안 되고 1930년대 뉴딜정책처럼 사회간접자본(SOC) 등 국가 인프라를 개조하는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해야 가능하다는 것이 옐런의 주장이다.

‘미국 재건법’으로 통칭되는 MSSE는 앨버트 허시먼 교수가 주장하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를 잡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 면에서도 디지털 시대에 자신의 능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고용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중하위 계층의 일자리를 늘려 공유경제 목표에도 부합할 수 있다.

MMSE는 트럼프 정부에서도 고려해야 한다. 관세, 불법 이민 색출에 따른 임금 인상 등으로 인플레 요인이 많은 여건에서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뉴딜정책을 추진하면 인플레를 더 올릴 확률이 높다. 트럼프 정부도 MMSE와 같은 획기적인 발상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집권 1기 실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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