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따른 한미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구성과 한미 통화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정장치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일부 좁혀진 듯한 신호가 감지되면서 조만간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한 이견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며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무엇인가'는 한미간 무역협상의 결과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CNBC방송 대담에서도 '현재 어떤 무역 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마무리하려는 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 투자를 두고 이견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한미 간 주요 쟁점으로 꼽혔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 및 방식과 대규모 달러화 조달에 따른 외환시장 안전장치 등 세부 사항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양측이) 계속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 7월 30일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했던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투자 이행 방식과 구성안을 두고 의견 차를 보여왔다.
한국은 3500억달러 중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는 약 5%로 정하고 대부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으로 하면서 나머지 일부를 대출로 채우려는 구상이었으나 미국은 앞서 일본과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 부총리는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구성에 대해 "(미국과) 계속 협의 중에 있다"라며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이야기해서 (그들이) 이해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금 지출시 한국내 외환 위기를 막기 위한 외환시장 안전장치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날 양측에서 긍정적인 언급이 나왔다.
베선트 장관은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관련한 질문에 "재무부가 통화 스와프를 제공하지는 않으며, 그건 미국 중앙은행(Fed) 소관"이라면서도 "내가 연준 의장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처럼 통화 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구 부총리도 "미국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며 "그래서 아마 저희가 제안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이 거론한 미국과 싱가포르의 통화 스와프는 600억달러 규모라는 점에서 한국이 애초 희망한 무제한 통화 스와프와는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의 한미간 통화 스와프 또는 그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외환시장 안전장치에 양국이 합의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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