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평화협상이 핵무기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됐다. 협상을 이끈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밴스 부통령은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1시간 동안 협상을 이어오며 의미 있는 논의를 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원인으로 밴스 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지목했다. 그는 “이란에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을 포기하겠다는 확약 보장’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대부분 안건에 합의했으나 정말로 중요한 핵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고 썼다.
이란 대표단도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귀국했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핵물질 반출 요구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문제 등에서 입장 차가 컸다고 전했다.
두 나라의 협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하나의 명확한 틀을 제시했고 이란이 이를 수용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트럼프 "이란, 선박에 발포하면 지옥으로 날려버릴 것" 경고도
핵심 쟁점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여부, 고농축 우라늄 보유 문제, 자국 내 우라늄 농축 능력 유지 여부다. 이란은 핵 활동 일시 중단은 가능하지만 무기급에 근접한 우라늄 비축 포기와 자국 내 우라늄 농축 능력의 영구 포기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은 이를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21시간에 걸친 마라톤회담이 끝난 직후에는 ‘협상이 하루 더 연장됐다’는 보도가 이란 매체를 중심으로 나왔다. 미국의 요구에 이란이 나름의 제안을 던졌고, 추가 협상을 통해 논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밴스 부통령은 이란보다 일찍 귀국 입장을 못 박았다. 합의안 도출을 위한 기 싸움 과정에서 이란 측에 심리적 충격을 주기 위한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이 결렬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SNS에 “미 해군은 즉시 호르무즈해협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에 통행료를 지급한 모든 선박을 찾아내 차단하도록 지시했다”며 “불법적으로 통행료를 내는 자는 공해상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로운 선박을 향해 발포하는 이란인들은 누구든 지옥으로 날려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숙이지 않으면 대통령이 보유한 카드는 해상 봉쇄’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다만 대치 국면은 장기화될 수 있다. 양측이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협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밴스 부통령은 “공은 이란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미국 측에 168개의 이니셔티브(제안)를 제시했다”며 “이제 우리가 (미국을) 신뢰하도록 할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두 나라가 휴전을 연장하며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최종안에 이란이 수정 제안을 내놓거나 파키스탄 등이 절충안을 제시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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