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후보물질을 인간에게 처음 투입하는 임상 1상(phase 1 clinical trial) 시험은 과거 심각한 부작용 정도만 확인하는 기초 관문이었다. 최근 이런 초기 임상의 역할이 약효까지 파악하는 적극적인 시험으로 바뀌고 있다. 대규모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최종 임상(3상) 비용이 워낙 비싸져 다음 단계로 가기 전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전 동물 대상 시험이 독성을 지닌 약을 걸러낼 만큼 정교해진 점도 후기 시험까지 일부 아우르는 1상 설계를 가능하게 했다.

동아에스티는 비만약의 특성을 반영해 1상 시험만 세 단계로 설계했다. GLP-1 계열 비만약은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만, 구토와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적은 용량을 먼저 투여한 뒤 환자가 적응하면 고용량을 투여하는 방향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 1상 첫 번째(part 1) 시험은 비만 환자와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했다. 2024년 4월 시작한 뒤 같은 해 10월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 번째(part 2) 시험은 같은 해 6월에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약을 32㎎ 투여 시 4주 만에 최대 6.3%(6.8㎏), 평균 4.3%(4㎏)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곧이어 용량을 48㎎으로 높인 추가 임상도 거쳤다. 이런 유효성과 적정용량 확인은 과거 2상에서 이뤄지던 시험이다.
이날 시작한다고 밝힌 세 번째 시험은 건강한 비만 성인 40명을 20명씩 두 개 군으로 나눠 16주간 진행한다. 환자는 실제 약을 투여하는 시험군과 가짜 약을 투여하는 대조군을 4 대 1로 배치하고, 몇 단계에 걸쳐 투여량을 늘릴 계획이다. 용량을 달리하며 투여해도 안전한지, 약을 먹는 데 문제는 없는지(내약성)를 확인하며 체중과 허리둘레, 체질량지수(BMI) 변화를 분석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올해 4분기에 확인하는 게 목표다.
우선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는 기초연구 단계에서 5000~1만개 물질을 5년 넘게 발굴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쥐와 같은 소동물로 시작해 토끼 등 중대동물, 유인원 모델을 활용해 안전성과 독성을 평가하는 데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인간에게 사용하는 정식 연구는 각국 허가 당국의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IND 승인을 하면 인간에게 투여하는 1상 시험에 진입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과 환자 등 수십 명에게 투여하는 1상과 2상을 거치면, 마침내 수백 명에게 투여해 진짜 약효를 검증하는 3상 시험에 들어간다. 통상 임상 3상 시험은 환자 한 명당 1억원 안팎을 들여야 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국 기준 임상 3상 비용은 평균 1억달러(약 1500억원)를 웃돈다.
이런 비용 구조 때문에 임상 3상 이전 단계의 작업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추세다. 약효를 하루빨리 입증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려는 전략도 초기 임상 정교화의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최대의 효과를 확인하려다 보니 1상 단계부터 유효성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임상 시험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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