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동지중해에서 나포한 가자지구 구호선단의 국제 활동가들을 가학적으로 구금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외교적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일제히 초치하는 등 강력한 항의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시도하다 억류된 국제 활동가들을 찾아가 조롱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직접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이스라엘 남부 아스돗 항구의 구금 시설 바닥에 손이 뒤로 묶인 채 줄지어 무릎을 꿇고 있는 국제 활동가 수십명의 모습이 확인됐다.
영상 내에서 경비 대원들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치는 활동가의 머리를 강제로 내리누르고 거칠게 끌고 나갔으며, 벤그비르 장관은 이들 앞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다"라고 발언했다.
앞서 이스라엘 외무부는 "가자지구 봉쇄 돌파를 시도한 활동가들의 항해가 종료되었다"고 공표한 뒤, 이들을 군 인력을 동원해 아스돗 항구로 강제 압송한 바 있다.
현재 압송돼 구금된 400여명의 국제 활동가 중에는 아일랜드인 12명을 비롯해 유럽 각국 시민들이 포함돼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공식 엑스(X)를 통해 "영상에 완전히 경악했다"며 "이스라엘 당국에 공식 설명을 요구했으며 모든 이들의 권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미하일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헬렌 메켄티 외무장관 역시 "용납할 수 없고 잘못된 일"이라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독일과 그리스 정부도 공식 항의 의사를 표명했으며,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포르투갈 등도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설명을 듣기 위해 주프랑스 이스라엘 대사 소환을 요구했다고 밝혔으며,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비인도적인 처사"라며 주스페인 이스라엘 대사대리를 초치했다고 전했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장관 역시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내부 진화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지자들의 도발적인 구호선 진입을 막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이 구호선 활동가들을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 및 규범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외교적 파장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 즉각적인 조치를 명령했다"며 "관계 당국에 구호선 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이스라엘 영토 밖으로 강제 추방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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