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LA)의 이른바 ‘맨션세’가 아파트 건설 위축을 불러오고 있다.고가 주택에 세금을 매겨 주거 지원 재원을 마련하려던 제도가 다세대 주택 개발에도 적용되면서, 공급 부족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과세에 아파트 건설 위축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는 2022년 유권자 투표를 통해 시내 고가 부동산 매각에 부과하는 새 거래세를 승인했다. 지지자들은 이를 ‘맨션세’라고 불렀고, 수입은 어려운 임차인 지원과 저소득 주택 건설에 쓰기로 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는 심각한 노숙자 위기와 수십만 가구 규모의 주택 부족에 직면해 있었다.그러나 이 세금은 벨에어의 대저택과 일반 시장가격 아파트 건물을 구분하지 않는다. 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수의 61%는 단독주택 매각에서 나왔다. 나머지는 상업용, 다세대, 공터, 복합용도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했다. 세금은 대부분 530만달러 이상 부동산 매각 총액에 4%를 부과하고, 1060만달러 이상 거래에는 5.5%로 올라간다.
개발업계는 이 구조가 신규 아파트 사업의 미래 가치를 잠식한다고 주장한다. 개발업자 제이슨 그랜트는 베니스비치에서 3마일 떨어진 편의시설이 많은 지역에서 고밀도 주택 건설이 가능한 인접 필지 두 곳을 찾아 8층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 했다. 그는 2023년 초 첫 번째 필지를 샀지만, 두 번째 필지가 시장에 나오기 전 새 거래세가 시행됐다. 그랜트는 사업성을 맞추려 했으나 세금이 프로젝트의 향후 가치를 지나치게 가져간다고 판단해 지난해 포기했다. 그 결과 약 100가구의 새 1·2베드룸 아파트 대신 현재 그 부지에는 낡은 아파트 8가구와 소규모 점포 몇 곳, 비어 있는 손금 보기 가게가 남아 있다.
세금 지지자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 반성
세금을 지지했던 인사들 사이에서도 조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2022년 투표 당시 세금을 지지했던 비영리단체 캘리포니아커뮤니티재단의 미겔 산타나 최고경영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개발업자들은 이 세금이 사업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 매각 총액에 부과되기 때문에 투자자와 대출기관이 로스앤젤레스 사업을 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라테라디벨롭먼트의 크리스 투르텔로트 매니징디렉터는 "세금 통과 이후 로스앤젤레스시에서 어떤 다세대 주택도 착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과거 로스앤젤레스에서 연간 500~1000가구를 지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버뱅크와 새크라멘토, 텍사스, 뉴멕시코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건설 환경은 이미 까다롭다. 복잡한 인허가 요건, 잦은 지역 주민 반대, 높은 토지와 노동 비용이 개발을 어렵게 해 왔다. 여기에 거래세가 새 비용으로 더해졌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시는 지난해 다세대 주택 7363가구에 대한 건축허가를 발급했다. 이는 2022년보다 46% 줄어든 수치이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이후 건설이 정체됐던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거래도 줄었다. 랜드주택센터의 경제학자 제이슨 워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530만달러 기준선을 넘는 다세대 주택 용도 필지 매각은 세금 통과 뒤 3년 동안 이전 3년에 비해 거의 3분의 2 감소했다. 이런 거래는 보통 개발업자가 프로젝트 자본을 확보하기 전에 이뤄진다. 거래 감소는 시 재정에도 영향을 준다. 캘리포니아 주법상 기존 재산세 인상은 제한되기 때문에, 부동산 매각은 재산세를 다시 산정하는 계기가 된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등 연구는 새 세금으로 줄어든 매각이 재산세 수입을 감소시켜 거래세 세수의 80%를 상쇄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제 개편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계와 친주택 단체 연합은 새로 지은 다세대와 상업용 부동산을 세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 특별위원회는 3월 이후 거의 매주 회의를 열어 세금의 영향과 가능한 변경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변경에는 유권자 승인이 필요하다. 이사벨 후라도 시의원은 "이 세금이 주민 발의로 통과된 과감한 조치였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며 "어떤 변경도 유권자 뜻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 움직임도 있다. 납세자 권리 단체인 하워드자비스납세자협회가 주도한 노력으로 이 세금을 뒤집는 주민투표안이 오는 11월 투표에 오르게 됐다. 이 안은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새너제이 등 캘리포니아 다른 도시의 부동산 매각세도 폐지하게 된다. 선거자금 기록에 따르면 지지자들은 부동산 투자자들과 기술 억만장자 피터 틸, 에릭 슈밋, 크리스 라슨 등으로부터 1400만달러를 모았다. 관련 논의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이 주민투표안 지지자들과 주 정책 담당자들은 6월 25일 마감 전 철회 가능성을 두고 예비 논의를 시작했다.
"세금 때문이 아니라 경기 위축 때문" 반박도
세금 지지자들은 건설 둔화의 실제 원인이 2023년 이후 고금리라고 반박한다. 건설 위축은 로스앤젤레스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2026년 초 인허가가 늘어난 점이 건설업자들이 거래세에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유나이티드투하우스LA의 조 돈린 사무국장은 부동산업계가 엮어낸 잘못된 연구와 거대한 서사에 근거해 급격한 변경이 제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세금을 시에 필수적인 자산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세수 집행 속도는 기대보다 느리다. 시 당국은 당초 거래세가 연간 6억~11억달러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시 자료에 따르면 3년 동안 총 징수액은 11억9000만달러였다. 그러나 4월 30일 기준 실제 지급된 금액은 1억1940만달러에 그쳤다. 지출된 돈의 대부분은 로스앤젤레스법률지원재단과 남부캘리포니아주거권센터 등 두 비영리단체를 통해 퇴거 방어 사건과 수천 가구의 긴급 임대 지원에 쓰였다.
수억달러는 저소득 주택 수천 가구를 새로 짓거나 개보수하는 데 배정돼 있다. 지지자들은 이 자금이 없었다면 진행되지 못했을 사업이라고 본다. 그러나 시 문서에 따르면 현재 세금 지원을 받을 예정인 새 아파트 1790가구의 예상 평균 비용은 가구당 77만9955달러다. 현직과 전직 시 관계자들은 자금 사용 방식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 절차를 늦추고 비용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건은 로스앤젤레스가 임대 지원과 저소득 주택 재원을 유지하면서 시장가격 아파트 공급 위축 논란을 줄일 수 있느냐다. 거래세가 고급 주택이 아니라 다세대 개발에도 적용되는 구조가 유지되면 개발업계의 투자 회피 주장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세금을 크게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노숙자 지원과 임차인 보호 재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WSJ는 "로스앤젤레스의 ‘맨션세’ 논쟁은 주택난을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도시 정책이 공급과 재정 사이에서 얼마나 복잡한 균형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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