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콘, 트럼프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할 이름 [EDITOR's LETTER]

입력 2026-05-31 15:51   수정 2026-05-31 15:52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많은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며 고개를 내젓습니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트럼프의 법률적 멘토이자 ‘악마의 변호사’로 불렸던 로이 콘(Roy Cohn, 1927~86)입니다. 트럼프가 사석에서 코너에 몰릴 때마다 “내 로이 콘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Where’s my Roy Cohn?)”라고 외쳤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합니다. 비록 두 사람의 관계는 영화로까지 제작될 만큼 널리 알려졌지만 트럼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를 추적하기 위해 로이 콘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가장 유효한 나침반입니다.

로이 콘은 청년 트럼프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물이었습니다. 1950년대 미국 전역을 광풍으로 몰아넣은 ‘매카시즘’의 실질적 설계자이자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오른팔이었던 그는 수많은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며 파멸시키는 데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매카시가 몰락한 후 뉴욕으로 돌아온 콘은 자신의 그 독보적인 ‘악명’을 비즈니스로 일궈냈습니다. 뉴욕의 고위 정치인, 마피아 두목, 거대 자본가들의 어두운 뒤를 봐주며 법과 미디어를 무기로 전장을 지배하는 해결사 변호사로 군림한 것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973년 뉴욕의 한 사교 클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27세의 청년 트럼프는 아버지와 함께 임대주택 사업을 하던 중 “흑인이라는 이유로 임대를 거부했다”며 법무부로부터 인종차별 혐의로 고소를 당해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뉴욕의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정부를 이길 수는 없으니 조용히 죄를 인정하고 합의금을 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콘의 진단은 전혀 달랐습니다.

“법무부 놈들에게 지옥을 보여줘라. 그들이 너를 고소한 액수의 몇 배에 달하는 1억달러짜리 맞소송(Counter-sue)을 청구해 판을 통째로 흔들어버려라.”

트럼프는 이 조언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법무부와 치열한 진흙탕 싸움을 벌인 끝에 결국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의 합의로 사건을 종결시켰습니다. 청년 트럼프가 권력을 상대로 거둔 완벽한 판정승이었습니다. 이때 트럼프는 법률과 미디어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콘의 무자비한 메커니즘에 완벽히 매료되었고 그의 문제해결법을 자신의 영혼에 문신처럼 각인했습니다.

로이 콘은 이후 10여 년간 트럼프의 전담 변호사이자 막후 사령탑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모든 기술을 전수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를 뒤흔드는 트럼프 스타일의 핵심 뼈대는 철저히 콘의 세 가지 계율 위에 서 있습니다.

첫째, ‘절대 방어하지 마라, 오직 공격(Attack)하라.’ 소송이나 논란이 터졌을 때 변명하거나 방어막을 치는 것은 대중에게 유죄를 인정하는 꼴입니다. 상대가 나의 약점을 치고 들어오면 변명 대신 상대의 가장 취약한 치부를 찾아내 더 강하게 때려 전장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둘째, ‘즉시 맞소송을 제기해 판을 흔들어라.’ 로이 콘에게 법은 진실을 가리는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파멸시키는 ‘무기’였습니다. 언론이든 정부든 자신을 공격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맞소송을 제기해 상대가 소송비용과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타협 테이블로 나오게 유도했습니다.

셋째, ‘무조건 승리를 주장하고 절대 사과(Never Apologize)하지 마라.’ 리더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순간 권위가 무너집니다. 아무리 전황이 불리하고 객관적 팩트가 유죄를 가리키더라도 마이크 앞에서는 당당하게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외쳐야 합니다. 프레임을 선점하는 자가 결국 대중의 인식을 지배한다는 냉정한 미디어 플레이의 본질입니다.

로이 콘은 청년 트럼프에게 뉴욕 사교계의 핵심 인맥을 연결해 주었고 하얏트호텔 매입과 트럼프타워 건설 등 초기 대형 프로젝트의 세금 감면 혜택을 뉴욕시로부터 받아내며 트럼프 제국의 기틀을 닦아주었습니다.

이들의 마지막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로이 콘은 탈세와 문서 위조, 고객 자금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다 결국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불치병이던 에이즈(AIDS)에 걸려 급격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때 트럼프가 보여준 태도는 냉정했습니다. 자신의 정신적 지주이자 스승이 힘을 잃고 병상에 눕자 트럼프는 그와의 모든 비즈니스 관계를 끊고 철저하게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자신의 영혼을 지배한 이 스승을 끝내 완전히 잊지는 못한 듯합니다. 지난 2016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로이는 정말 똑똑했고 나를 좋아했으며 나를 위해 훌륭하게 일해준 사람”이라며 “정말 강인한 사람, 내가 바라던 그런 사람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심지어 2018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유착 의혹이 제기되며 사방에서 특검의 칼날이 목을 조여오자 백악관 집무실에서 주변인들에게 또다시 이 대사를 내뱉었다고 합니다. “내 로이 콘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지금 우리는 그 로이 콘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기업의 관세, 안보, 통상 협상은 물론이고 개인의 미국 주식투자에서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인간 트럼프가 아니라 그의 영혼에 새겨진 콘의 세 가지 계율입니다. 공격, 맞소송, 결코 사과하지 않음. 이 규칙을 기억하고 트럼프의 결정을 지켜보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잘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홍표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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