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중동전쟁이 끝나면 원·달러 환율이 상당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당 1500원을 웃도는 환율 쏠림이 계속되면 구두 개입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최근 원화 약세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중동 정세”라며 “중동 상황이 빠르게 진정되면 앞으로 원화가 상당히 강세(환율 하락)로 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되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에 대해서는 “리밸런싱(주가 급등에 따른 자산 재조정)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인 영향”이라고 진단했다.한·미 금리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점도 원화 강세를 점치는 이유로 꼽았다. 신 총재는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을 때는 원화를 빌려서 달러를 사는 ‘원 캐리 트레이드’가 수월해지고, 달러 자산 헤징 비용이 커져 원화를 약세로 이끈다”며 “한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상황이 오면 금리차가 축소되고, 원화 약세 압력도 상당히 가실 것”이라고 했다.
원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과 별개로 현재의 고환율을 방치하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신 총재는 “환율 쏠림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구두 개입 외에 여러 가지 수단이 있고, 한국은행의 의지도 강하다”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SNS에 “고환율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진단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나타낸 것으로 환율 약세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밤 시간대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차액결제선물환(NDF)이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는 ‘왝더독’ 현상과 관련해 “원화 국제화를 추진해 NDF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원 오른 1502.8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가 이어진 데다 시장이 신 총재의 발언을 구두 개입이라기보다 원칙론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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