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모델] 넷플릭스는 왜 빨간 봉투를 버리지 않았나

입력 2026-05-31 17:16   수정 2026-06-01 08:53

지난 2023년 9월 29일, 넷플릭스는 마지막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우편 발송을 마치고, 역사적인 오프라인 배송 서비스를 공식 종료했다. 사람들은 넷플릭스를 세계 최고의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창업한 1997년 당시엔 온라인으로 영화를 실시간 전송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비디오 대여점 중심의 시장 환경에서 넷플릭스는 DVD를 빨간 우편 봉투에 담아 보내주는 독창적인 아날로그 비즈니스 모델로 출발했다. 인프라가 성숙해질 때까지 수십 년간 이 비즈니스 유전자(DNA)를 지켜내며 점진적으로 온라인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로의 전환을 완수했다. 이는 기술 극초기에 단기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를 정확히 포착한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강건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증명한 사례다.

2024년 <AI 에이전트와 사회변화>라는 책을 썼다. 지금 와서 보니 인공지능(AI) 에이전트에 관한 세계 최초의 책을 쓴 셈이 됐다. 2년이 지난 지금 ‘AI 에이전트’라는 용어는 유행어처럼 쉽게 소비되고 있다. 진정한 승자는 한때의 기술적 용어에 집착한 이가 아니라 넷플릭스처럼 장기 추세를 보고 달린 사람이다.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 고통을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개인을 시공간적, 육체적 제약 및 반복 노동의 굴레로부터 지속해서 해방시켜주는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 또한 AI를 통해 개인이 원하는 제품, 서비스, 콘텐츠를 창출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 상거래 분야에서 AI 능력을 완전히 내재화해, 창업 2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 1인기업 메드비(Medvi)와 같은 ‘AI 네이티브 비즈니스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다.

나아가 사회적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모델이 결국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AI의 능력을 백분, 천분 활용하는 연구개발 기업과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새로운 금융 모델 역시 거대한 장기 추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AI를 무기로 지구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모델에 사람들은 계속 관심을 둘 것이다. 로봇과 자율주행 같은 피지컬 AI의 배치를 촉진하는 모델도 환영받는다.

자율주행이 완벽하게 구현되는 시점이 오면 이에 편승해 강력한 보완재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같은 로컬 AI가 확산할수록 더 잘되는 모델이 장기 추세를 이끌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을 더 오래, 건강하게, 고통 없이, 예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기술과 서비스로 귀결된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된 AI 혁명의 극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시대가 오기 수십 년 전부터 빨간 우편 봉투 비즈니스 모델로 미래의 유전자(DNA)를 심은 것처럼, 향후 수십 년간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장기 추세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에 집중할 때 거대한 AI 경제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