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프라하의 봄 축제'

입력 2026-06-05 17:27   수정 2026-06-05 17:49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야나체크의 나라. 말러와 모차르트가 사랑했던 곳. 알폰스 무하의 화려한 선율 같은 선화(線?), 프란츠 카프카의 불안한 상상력, 밀란 쿤데라의 아이러니한 서사까지.

유럽의 강대국들 틈에서도 독자적인 색채를 잃지 않은 나라, 체코. 제1·2차 세계대전과 냉전, 체제변화와 민주화 혁명까지. 격변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이들은 고유한 문화를 지켜왔다. 물리적 힘에 끝내 꺾이지 않은 이들의 자존심은 예술로 표출됐다. 체코인의 예술적 에너지 정수는 그중에서도 수도 프라하에서 만개했다. 프라하는 개성 강한 예술가들의 비옥한 토양이었다. 그중에서도 음악을 향한 프라하인들의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1946년,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기념하며 시작된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정치와 문화의 격동기에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올해 81회째를 맞았다. 예술을 삶의 굵직한 이유로 받아들여온 이 도시가 음악을 대하는 방식은 남다르다. 묵직하고 진정성 있다. 그 정수가 매년 5월 12일부터 6월 초까지 프라하에서 펼쳐진다.

프라하의 봄은 단순한 클래식 음악제가 아니다. 루빈스타인, 로스트로포비치, 오이스트라흐 등 20세기를 호령한 거장들이 이 무대를 거쳤고, 체코의 국민 작곡가 스메타나의 음악적 유산이 축제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적 근간이다. 세계 최고의 음악가들이 줄줄이 발자취를 남긴, 아무나 설 수 없는 상징성이 있는 무대다.

축제의 권위는 유구한 역사과 탄탄한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야쿱 흐루샤 위원장이 이끄는 축제 위원회는 연 3회 이상의 긴밀한 논의를 거쳐 아티스트와 악단 등을 선정한다. 예술성과 공연의 질을 다층적으로 검증하는 이 시스템은 어느 한 사람의 취향이 아닌 집단적 안목 위에 축제가 서 있음을 보증한다.

올해 라인업에는 사이먼 래틀, 클라우스 메켈레, 바바라 해니건, 라하브 샤니 등 시대를 이끄는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작곡가 진은숙은 그 한복판에, 상주 작곡가로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들고 섰다.



올해도 수만 명의 관객이 국경을 넘어 프라하로 모여들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표방해온 이 축제는 그 어느 해보다 혁신적인 선율로 도시를 채웠다.

냉전 시대 독재자를 향한 비판적 메시지를 음악으로 승화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이 프라하의 시민회관 스메타나홀에 울려 퍼졌다. 노래하며 지휘하는, 클래식계 혁신의 아이콘 바바라 해니건이 상주 음악가로 청중과 만났다.

세계 최고의 사운드를 자랑하는 체코 필하모닉 단원들은 해니건과 함께 무대 위서 노래를 부르는 파격도 선보였다. 서양과 동양의 경계를 허물며 현존하는 현대음악의 최고 권위 상을 휩쓸어온 작곡가 진은숙의 음악도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새로운 물결과 함께, 전통의 클래식 무대도 탄탄한 중심을 잡았다.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을 이끌고 슈만 교향곡 2번을 연주했고, 라하브 샤니와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브람스 교향곡 2번으로 화답했다. 클라우스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과의 공식적인 마지막 무대의 기록을, 이곳 프라하에 새겼다.



고전부터 낭만, 현대음악까지. 리사이틀과 실내악, 오케스트라까지. 시대와 무대의 경계를 넘는 진정한 축제였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통과 혁신의 도전적 조합에, 전 세계에서 모여든 청중은 격한 환호로 화답했다. 프라하는 유난한 애정으로 아티스트들을 환대했고, 축제는 또 한 걸음 나아갔다. 한국경제신문은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를 주최 측과 체코관광청의 초청을 받아 국내 언론사 단독으로 다녀왔다.

▶▶▶[관련 기사] 프라하를 물들인 진은숙 "30년의 궤적, 동서양의 경계없는 저만의 음악"

프라하=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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