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임금 격차를 넘어 미래 성장동력으로 [김홍유의 산업의 窓]

입력 2026-06-06 18:05   수정 2026-06-06 18:06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동일한 노동시장 안에서 일부 근로자는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과 우수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반면, 다른 근로자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의 삶의 질과 사회적 이동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약 1.5~2배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성과급과 복지 혜택까지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보상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금융 등 고수익 산업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도 여전히 크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활용을 늘렸고 정규직 중심의 강한 고용보호 제도는 신규 채용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 결과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이라는 이중적 구조가 형성되었으며, 노동시장 내부의 격차가 세대 간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청년층이 체감하는 노동시장 현실도 이러한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낮은 임금 수준, 복지 차이, 고용 불안정, 경력 개발의 한계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 취업 경쟁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청년 실업과 중소기업 인력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적 미스매치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선호가 집중되면서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단순히 근로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OECD와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및 임금 격차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0~3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OECD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격차 수준에 해당한다. 제조업 기준으로 중소기업 생산성은 1988년 대기업의 53.8% 수준이었으나 2010년대 중반에는 약 32%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제조업 강국은 중소기업 생산성이 대기업의 50~7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의 생산성 양극화가 상대적으로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OECD는 이러한 생산성 격차가 임금 격차와 인력 쏠림 현상을 유발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나, 다수의 중소기업은 낮은 생산성과 수익성에 머물러 성장의 과실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과 기술인력 부족에 직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충분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제한되고,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와 공급망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력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수 인력이 일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집중될 경우 중소기업과 지방 산업의 활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단순한 임금 격차 해소 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사회통합을 위한 핵심 정책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 납품단가 현실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단계적 실현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실업급여, 직업훈련, 전직지원서비스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노동 이동성을 높이고,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인재 육성을 통해 상생의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OECD가 권고하는 유연안전성(Flexicurity) 모델처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안정성을 균형 있게 확보하고, 생산성 향상과 성과 공유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특정 계층의 이해관계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사회통합을 위한 필수 과제라 할 수 있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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