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픈AI도 눈독 들인다"…네이버가 던진 1조 '승부수'

입력 2026-06-02 16:22   수정 2026-06-02 16:24


생성형 AI가 만든 저품질 콘텐츠가 다시 AI 학습 데이터로 쓰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정보가 획일화되는 이른바 'AI 슬롭(AI Slop)'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이버가 이 흐름을 정면 돌파하는 카드로 창작자 펠로우십 프로그램 '네이버 메이트'를 꺼내들었다.
구글·오픈AI도 원천 데이터 확보 경쟁
2일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AI 슬롭이 심화될수록 사람의 경험이 담긴 고품질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데이터 가뭄(Data Drought)'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입소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생성한 정보는 인간이 가진 맥락과 뉘앙스, 다양한 관점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흐름 속에서 글로벌 AI 기업들도 양질의 원천 데이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은 소셜미디어 레딧과 연간 6000만 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오픈AI 역시 레딧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실시간 이용자 토론 데이터를 챗GPT에 활용 중이다.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 스택오버플로와도 손잡고 수천만 건 규모의 기술 질의응답 데이터를 AI 서비스 고도화에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김광현 네이버 CDO는 최근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AI 시대에는 풍부한 맥락이 담긴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효과적으로 연결·활용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AI 환경에 최적화된 창작자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25년간 지식iN·블로그·카페·프리미엄콘텐츠 등 다양한 UGC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왔다. 지식iN 등급 시스템, 블로그 이웃 문화 등 창작자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기 구조를 함께 설계해왔다는 점이 경쟁사와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창작자 한 명 한 명을 직접 파트너로"
네이버가 내놓은 답은 창작자 펠로우십 프로그램 '네이버 메이트'다. 블로그·카페·지식iN·프리미엄콘텐츠 등 UGC 서비스 전반에서 AI 브리핑 인용 수 등을 기반으로 매월 약 3000명 규모의 창작자를 선발하고, 연간 약 200억원 규모로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기업 간 데이터 거래가 아니라 창작자를 직접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이일구 네이버 콘텐츠서비스 부문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 계약이 기업 간 콘텐츠 거래에 가까운 방식이라면 네이버는 창작자 한 명 한 명의 참여 가치에 주목해 직접 지원하는 구조를 설계했다"며 "AI 시대에도 창작자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도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았다. 여행·라이프·테크 등 상위 10개 분야와 건강·육아·자동차 등 25개 세부 주제를 아우르는 폭넓은 구조다. 틱톡이 지난 4월 국내 창작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향후 3년간 5000만 달러(약 750억원) 투자를 발표했지만, 특정 카테고리와 조회수 중심의 성과에 집중된 구조와는 다른 접근이라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네이버 메이트는 오는 6월 4일 베타 운영을 시작하며, 하반기에는 클립 창작자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베타 기간 동안 AI 탭 답변 반영 체계와 보상 구조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25년간 창작자들과 함께 축적해온 생생한 경험과 콘텐츠 다양성의 중요도가 AI 시대에 더욱 커지고 있다"며 "창작자와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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