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상장 주주동의 땐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할 듯

입력 2026-06-02 17:27   수정 2026-06-03 01:12

한국거래소가 중복 상장을 막을 해법으로 ‘3% 룰’을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상장 회사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처럼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기업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안은 유동적이다. 모든 상장사에 이 규칙을 적용할지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현실적 해법’ 상법상 3% 룰 준용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르면 이번주 중복 상장 관련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지난 4월 중복 상장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큰 틀을 발표한 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여러 차례 비공개·공개 세미나 등을 열어 세부 사항을 논의한 결과다. 그동안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중복 상장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됐다.

중복 상장에 해당하는 자회사를 상장하려면 사전에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가 강화된 만큼 이사회 의결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주주 보호를 위해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모든 중복 상장 사례에 적용할지, 거래소 판단에 따라 일부 기업을 예외로 둘지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주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혹은 합산해 3%로 제한하는 방식을 자회사 상장을 위한 주총 결의에 준용하는 3% 룰에 무게가 실렸다.

그동안 모회사 주주 동의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의 과반 찬성을 얻거나(소수 주주 다수결·MoM), 대주주의 영향력을 강제로 줄여 표결하거나(3% 룰),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및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방안(주총 특별결의)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당초 소액주주 보호를 극대화하기 위해 MoM 제도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만으로 주총 정족수를 충족할 참석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컸다. 법무부 역시 지난해 말 이사 행위 규범 가이드라인 제정 당시 주주평등원칙 훼손 등을 이유로 MoM을 제외했다.

반면 3% 룰은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 시 적용되는 제도여서 법적 정당성이 높고 법규 정비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만 인정되기 때문에 소액주주가 조금만 결집해도 대주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다. 주총 특별결의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을 때 소액주주가 뜻을 관철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소액주주 보호’ 앞세운 강경론도 여전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규제 수위를 둘러싼 이견이 적지 않은 데다 정부 동의를 얻어내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근 덕산하이메탈이 자회사 덕산넵코어스의 상장 안건을 다룬 임시 주총에서 MoM 요건을 충족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전자투표 도입과 적극적인 주주 소통이 동반된다면 현실적 제약이 큰 것으로 여겨지던 MoM 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책 기조와 정무적 판단이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 상장 문제를 비판한 뒤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만큼 최종 조율 과정에서 규제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책 취지와 현실적인 여건 등을 고려할 때 3% 룰 외엔 대안이 마땅히 없다”면서도 “소액주주 보호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일부 여론과 정부 의견이 막판 수위 조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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