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은 지난해 지옥같은 한해를 보냈다.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되면서 전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약 2300만명의 가입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SK텔레콤은 전 가입자의 유심을 무료로 교체해주고 1348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았다. 이랬던 SK텔레콤이 앤스로픽 덕분에 환하게 웃고 있다. 2023년에 진행한 투자액이 25배 불어나서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작성한 앤스로픽의 지분 가치는 1조3782억원이다. 하지만 당시보다 앤스로픽 기업 가치가 3배 이상 뛰었다. 유안타증권은 앤스로픽 기업 가치가 8000억~1조달러(약 1517조원)일 때 SK텔레콤의 지분 가치를 3조5000억원으로 매겼다. 초기 투자금의 26배에 달한다.
LG CNS도 2023년 앤스로픽에 투자했다. LG그룹의 실리콘밸리 투자 거점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투자가 이뤄졌으며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가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는 앤스로픽의 사업성에 주목하며 투자를 진행했다. 삼성그룹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삼성벤처스아메리카 역시 앤스로픽 초기 투자에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앤스로픽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앤스로픽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리즈H 투자 라운드를 열고 650억달러(약 97조원)를 유치했는데, 이때 두 회사와 마이크론이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는 앤스로픽의 컴퓨팅 확장 수요를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앤스로픽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에 향후 10년간 최소 10조달러에서 최대 20조달러(약 3경원)가 투입될 것으로 블랙록 등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필수적이다. 마이크론도 앤스로픽 투자에 참여한 이유기도 하다. 앤스로픽은 지난달 28일 두 회사의 투자 소식을 공개하며 “메모리, 스토리지 및 로직칩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고객 확보도 노려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앤스로픽 AI 모델을 통신사 업무에 특화된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텔코 LLM’에 활용하고 있다. 텔코 LLM은 자체 AI 모델인 에이닷, 앤스로픽 클로드, 오픈AI 챗GPT 등을 목적에 맞게 골라 쓰는 멀티 엔진 LLM으로, 통신 전문 용어와 내부 지침을 추가 학습(파인튜닝)해 고객 상담에 적용한다. 고객사의 AI 전환(AX)에 앤스로픽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LG CNS도 앤스로픽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박한신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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