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쩐의 전쟁' 나선 글로벌 AI 기업…우린 무엇을 꿈꾸나

입력 2026-06-02 17:40   수정 2026-06-03 00:18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 전쟁’이 시작됐다. AI 모델 클로드로 유명한 앤스로픽은 지난달 투자 유치 때 기업가치 9650억달러(약 1465조원)를 인정받은 데 이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IPO 예비등록 신고서를 제출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수주 내 상장 신청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달 중순 나스닥 상장을 통해 8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 몸값은 1조7500억~2조달러 규모로 평가받는다.

이들 3사는 IPO를 통해 약 20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 IPO 시장에서 끌어모은 자금(450억달러)의 네 배가 넘는다. 미 증시가 글로벌 자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자금 조달 경쟁은 IPO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미래 AI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800억달러 규모 주식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여기에 100억달러를 투자한다. 알파벳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등의 내년 자본지출 규모는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어 AI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패권 장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과 달리 한국의 풍경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회사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 과실을 두고 집안싸움으로 얼룩졌다. 이익을 어디에 투자할지보다 ‘성과급을 얼마나 받을지, 사내 주택담보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논란만 무성하다. 정치권도 반도체 호황으로 걷힐 세수를 두고 소모적 논쟁만 벌이고 있다. 미래 투자가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나눠 먹기’ 경쟁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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