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넘어 한강벨트까지…부동산 표심이 승부 갈라
서울 표심의 새 균열선은 ‘준(準)강남’ 후보지
용산·양천·영등포·동작·광진까지 오세훈 우세
재건축·보유세·대출 규제에 민감한 표심 확인

위에 있는 카토그램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인구 수를 기준으로 부동산 표심을 재구성한 지도다. 카토그램은 이번 선거가 진보와 보수의 진영 대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울 표심의 균열선은 이념보다 자산과 주거에 가까웠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25개 구 중 더 많은 지역에서 우세했지만, 오 후보는 강남3구와 용산, 그리고 한강벨트 주요 지역에서 앞서며 승리를 거뒀다.
카토그램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은 강남3구다. 강남구에서 오 후보 득표율은 65.98%, 서초구는 64.68%에 달했다. 송파구도 55.31%로 오 후보가 안정적인 우위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선거인 수 비중도 높아 서울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강북권 다수 지역에서 정 후보가 앞섰지만, 강남 서초 송파에서 벌어진 큰 격차가 전체 승부를 뒤집는 데 핵심 동력이 됐다.
주목할 대목은 보수 우세가 강남3구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용산구에서 오 후보는 57.09%를 얻었다. 영등포구 50.50%, 강동구 50.65%도 오 후보가 앞섰다.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중구 49.60%, 동작구 49.56%, 양천구 49.22%, 광진구 48.68%에서도 오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카토그램에서 이들 지역은 단순한 접전지가 아니라 ‘오세훈 우세 지역’으로 표시된다. 서울 한강변을 따라 붉은색 또는 옅은 붉은색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들 지역은 부동산 이슈에 민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천구 목동은 재건축 기대가 높은 대표적 노후 아파트 밀집지다. 영등포구는 여의도 정비사업과 신길뉴타운, 동작구는 흑석·노량진 재개발, 강동구는 둔촌주공과 고덕 신축벨트가 맞물린 지역이다. 광진구도 자양·구의 일대 개발 기대가 크다. 집값, 재건축 기대감, 보유세 부담, 교육·교통 생활권이 강남과 닮아가면서 이들 지역은 과거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준강남’ 경합지로 바뀌었다.
이 흐름은 과거 선거와 비교할 때 더 뚜렷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민주당 후보는 양천 영등포 동작 강동 등 한강 주변 생활권 대부분에서 5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 득표율은 20%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후반 집값 급등과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거치며 이들 지역의 보수 후보 득표율은 절반 안팎까지 높아졌다.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서울 전반에서 회복세를 보였지만, 한강벨트의 흐름은 크게 꺾이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과도 궤적이 겹친다. 서울 3.3㎡당 평균 매매가격 상위권에는 강남 서초 송파 용산뿐 아니라 양천 광진 강동이 포함된다. 3.3㎡당 6000만원 이상 지역 상당수에서 오 후보가 우세했다. 종부세 부담 확대와 맞물려 조세 저항이 강남3구를 넘어 마용성, 목동 여의도흑석 고덕 등 한강변 고가 아파트 지역으로 번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서울 북부와 서남권의 푸른색도 단순한 민주당 안정권으로만 보기 어렵다. 오 후보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득표율이 상당히 올라갔다. 노원구 45.6%, 도봉구 45.5%, 강서구 45.3%, 구로구 45.1%, 관악구 44.2%, 성북구 44.9% 등은 정 후보가 우세했지만 격차가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전·월세 부담과 중소형 주택 가격 상승,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외곽 지역 표심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은 ‘강남의 확장’이었다. 과거 보수 표심은 강남3구에 갇혀 있었지만, 이번에는 용산과 한강벨트, 정비사업 지역으로 확대됐다. 재건축 재개발이 이뤄질수록 정치 지형이 바뀌는 구조도 민주당에는 딜레마다. 노후 주거지 주민에게 정비사업은 가장 강한 민원이지만, 사업이 끝나면 고가 신축 아파트 입주민이 들어오고 자산 방어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이 두꺼워진다.
물론 부동산만으로 선거 결과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현직 시장 프리미엄, 후보 인지도, 정권 견제 심리, 투표율, 지역별 조직력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서울 25개 구 인구비중 카토그램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서울의 표심은 더 이상 강남과 비강남,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분법으로만 나뉘지 않는다. 집값이 오를 집, 세금을 낼 집, 대출로 갈아탈 집, 재건축을 기다리는 집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됐다.
이번 선거는 야당 후보의 개인 승리로 보기 어렵다. 서울 유권자 상당수는 부동산 규제와 세금, 대출, 재건축 속도에 대한 불만을 표로 나타냈다. 한강벨트와 강남3구가 오세훈 후보를 살렸다면, 그 배경에는 서울 주거정책을 둘러싼 구조적 불안이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는 끝났지만, 부동산 표심은 이제 수도권 정치의 상수가 됐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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